사실 제가 안경 말고 잘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그래피티?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낙서 좀 합니다.
공부하기 엄청 싫어했지만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어서 낙서에 좀 열심이었던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이자 생일인 오늘 출근했습니다.
근데 예상한 바와같이 손님이 없더군요.
하긴 저같아도 크리스마스에 안경 하러 갈 것 같진 않습니다.
심심해서 스마트폰과 함께 한참을 놀다가
매장에서 뒹굴거리는 부기보드?를 발견합니다.
낙서하고 놀기엔 딱인 아이템이죠.
뭘 그릴까하다가 크리스마스에 안경원을 방문해 주는 손님들을 위해 웰컴보드로 사용하기로 합니다.
낙서도 이왕이면 의미있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기로합니다.
영어로 적으려다 정감 있게 한글로 써 내려갑니다.
글자체는 궁서체랑 명조체의 중간쯤.
부기보드는 부분수정이 불가능합니다.
한방에 지우는 건 가능한데 일부만 지우는 것은 안됩니다.
머리로 여백과 적당한 간격을 집어놓고 낙서를 하는 게 보기가 좋습니다.ㅎㅎ
짜잔!
자간이나 자음 모음 비율 등 중구난방이지만 이게 또 손글씨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살짝 통일감은 있어서 보기에 나쁘진 않네요.ㅎㅎ
근데!
꽤 오랜 시간 낙서에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안 오네요. 이러기 있기? 없기?
속상한 마음을 낙서 한구석에 담아 봅니다.
귀엽고 살벌한 처키를 담아봤어요.
절대 안 오면 가만 안 둔다고 손님들을 협박하는 것은 아닙니다. ㅎㅎ
이왕 이렇게 낙서가 흑화 된 김에 불길함을 상징하는 까마귀도 한 마리 넣어주고 어둑 컴컴한 산등성이를 의미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라인도 그려줍니다.
오! 살짝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나지 않습니까?
신기하게도 행복한 안경사의 주술이 통했는지 낙서가 마무리될 때쯤 손님이 좀 오더군요.ㅎㅎ
최종 결과물입니다. ㅎㅎ
살벌하면서 귀엽죠.
어찌 됐든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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