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서 미칠 것 같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 같아서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끓는 물에 안경을 집어 넣어본다' 든지...
근데 실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끓는 물에 안경을 빠뜨린 게 아니라
안경을 삶기 위해 물을 끓이고 그 안에 뿔테 안경 그것도 심지어 남편의 안경을
집어 넣은 역사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잠시 인터뷰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쩌다 안경을 삶아 볼 생각을 했습니까?"
"남편 뿔테 안경이 더럽더라구요? 표면이 하얗게 일어났길래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 알아보다가...
어디선가 끓는 물로 삶으면 없어진다는 글을 보고...."
"그럼 두 가지만 더 물어 보겠습니다.
끓는 물에 치약은 왜 넣으신 거죠?"
"뿔테안경 광 낼 때 치약으로 닦으면 깨끗해진다는 글을 보고..."
"아, 군대에서 치약으로 미싱하우스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이신 거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안경렌즈는 왜 빼지 않고 삶으신 거죠?"
"렌즈도 더러운 것 같아서..."
아무도 이분에게 뭐라 하면 안됩니다.
모든 것은 남편의 안경이 깨끗하지 못해 일어난 일입니다.
어쩌면 안경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뿔테안경 광택 내는 법을 봤을지도 모릅니다.
뜨거운 물에 담근 후 허옇게 침전물들이 올라오면 걷어내고 광택 내는 그 과정을 띄엄띄엄 봤을 수도 있고
아님 진짜 그렇게 해서 효과 본 사람이 쓴 글을 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대가를 치루지 않고도 '안경에게 저지르지 말아야 될 일' 하나를 더 알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가져온 안경입니다.
아내가 한을 품은 것도 아닌데 안경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앉았습니다.
화학 전공이 아니지만 뜨거운 물 +치약+ 안경에 남아있던 체액들이 적정하게 화학 반응을 일으켜
요런 지경이 되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해 봅니다.
안경테보다 더위에 좀 더 취약한 안경렌즈님은 이보다 추한 몰골을 보이시는 바람에
진작 제거를 해서 묻어주고 오는 길입니다.
일반 안경이라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새로 맞추면 되지만
해당 안경은 키오야마토라는 일본 하우스 브랜드로 30~40 만원대 제품입니다.
그래서 살려보기로 합니다.
원래 폴리싱 접수는 당분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이 너무 좋아 보여 모처럼 만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작업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새 안경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환골탈태 했습니다.
결론 : 뿔테안경을 끓는 물에 넣으면 안경 주인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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