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테 안경을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하는 제작 과정

요즘에도 무테안경을 쓰고 있다면 여러분은 주관이 확실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확한 것과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마음에 부담을 주는 어떤 것도 싫어합니다.

화려함보다 심플함을 운동화보다 구두를  SUV보다 세단을 좋아합니다.

머리는 짧을 확률이 높고 스마트 워치보다는 정통 시계를 차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무테안경을 쓰는 분들은 콕찝어 말하기 모호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가지고 왔습니다.

 

 손님이 가져온 무테안경 데모렌즈를 스캔한 데이터입니다.

가로 사이즈가 52mm에 불과한데 손님의 얼굴이 옆으로 살짝 넓습니다.

그리고 안경렌즈 위아래 사이즈가 필요 없이 넓습니다.

손님과 합의(?)를 통해 가로는 52 → 55mm 세로는 42.7 → 39mm로 작업하기로 합니다.

 

 

불과 10년 전 만 해도 손님에게 가로 세로 비율이 다른 사이즈 변경을 의뢰받으면

일이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먼저 오리지널 데모렌즈와 같은 모양으로 형판 두 개를 만듭니다.

가로로 길게 늘여 형판을 만든 후 같은 모양을 하나 더 만듭니다.

이번엔 위아래로 늘려 최종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말만 들어도 복잡하지 않나요?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A를 C로 만드는 방법

 

위의 예시는 직사각형을 예를 들었지만 손님이 가져온 안경 모양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단계를

몇 번 더 거쳐야 합니다.

 

결국 손님이 이런 요청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안경원에서 손을 흔들어 줍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정중한 멘트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기술은 괜히 발달하는 게 아니죠. 

요즘은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원하는 사이즈로 모양 변경이 가능합니다.

이런 맛에 장비에 투자하는 것 아닙니까?

 

빨간색의 오리지널 모양이 손님이 원하는 디자인(흰색)으로 순식간에 변경되었습니다.

 

자, 이젠 무테안경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구멍 설정 단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우선 데모 렌즈와 비슷한 위치에 구멍 하나를 생성합니다.

그리고 드릴링 차트를 확인합니다.

※드릴링 차트는 구멍 위치, 크기, 간격 등을 기록한 일종의 설명서입니다.

일부 명품(고급) 무테안경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멍 높이를 중심에서 7.7mm로 뚫으라고 적혀 있네요. 

최초 높이 8.14mm에서 수치를 변경합니다.

 

 

나머지도 드릴링 차트에 적혀 있는 대로 추가하고 수정합니다.

 

드릴링 가공 기능이 없는 장비는 이 차트가 무쓸모이지만

가우디 안경원의 미스터블루 썬앤스포츠는 차트를 그대로 반영해서 작업하는 게 가능합니다.

만약 가지고 있다면 작업 의뢰 시 꼭 첨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계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최종 결과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측면 보조 구멍 사이즈가 차트에 없네요.

시험 가공한 결과물을 보고 수정을 해야 합니다.

 

 못쓰는 렌즈를 이용해 테스트 가공한 결과물입니다.

무테안경에 장착해 봅니다.

 

매우 퍼펙트하게 작업이 되었습니다.

아.

그런 줄 알았는데 안경렌즈가 매우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그냥 출고해도 모를 정도의 미세한 차이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습니다.

원인은 측면 보조 구멍의 사이즈가 코 기둥의 직경보다 아주 조금 여유가 있네요.

그것이 미세한 흔들림의 원인입니다.

 

 

원인을 찾아냈으니 해결해야죠.

구멍 크기 설정 창의 숫자를 1.40에서 1.20으로 변경합니다.

단위가 mm이니  0.2mm 줄였습니다.

얼마나 세밀하게 작업을 하는지 감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모든 세팅은 마무리되었고 안경은 무사히 완성되었습니다.

마무리 후 손님이 바로 찾으러 오는 바람에 제대로 된 완성사진이 없는 게 아쉽지만

무테 안경은 베리베리 베리 스트롱 잘 만들어서 무사히 손님에게 인계되었습니다.

 

결론 : 무테 가공도 가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