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반무테 안경 살리기

작업에 진심인 안경사가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남들 시력검사에 올인할 때 수제안경이나 이런저런 수리기술을 갈고닦았습니다.

그리고 안경블로그 스펙타클에 조제 가공과 관련된 내용을 올리고

그 내용을 보고 손님이 찾아오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손님은 카톡으로 먼저 문의를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안경이 반무테인데 살릴 수 있냐?

뭐가 문제냐?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지 가장자리가 붕 떠있다.

데모렌즈 갖고 있냐?

몇 번 렌즈 바꾸는 과정에서 데모렌즈는 진작에 잃어버렸다.

그럼 우선 갖고 와봐라 검토 후 안내하겠다.

 

물론 서로에게 공손한 언어를 이용했습니다. 😃 

 

손님이 왔습니다.

솔직히 안경을 보기 전까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까다로운 사람인가?' 

반무테 안경은 데모렌즈가 없는 상태에서 몇 번 작업을 거치면 모서리 쪽이 완만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최초 데모렌즈를 보관하지 못한 소비자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안경을 직접 보고 바로 납득!!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 이 손님은 천사인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손님이 가져온 안경입니다.

가공상태가 멸망 수준입니다. 잘 안 보이는 분들을 위해 살짝 확대해 볼게요.

 

 

우와!!

아무리 오리지널 데모렌즈가 없었다곤 하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요?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릅니다. 

 

더군다나 이 손님은 오랜 시간 다초점 안경 적응에 실패한 엄마에게

가우디 안경원을 소개해 준 효녀 손님입니다.

어머니의 성공적인 다초점안경 안착(?)에 이번에는 본인 안경을 가져왔는데 실망시켜드리면 안 되겠다는

철저한 사명감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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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손님 반무테 간척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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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작업이라 우선 프로젝트명은 거창하게 적어줍니다.

이러면 좀 더 일할 맛이 납니다.

 

1. 가장 먼저 반무테에 장착되어 있는 기존 렌즈를 스캔합니다.

방금 식당에서 밥 잘 먹고 나온 와이프 배를 보는 것처럼 상단 부위가 위로 볼록 솟아있습니다.

 

 

2. 솟아오른 부분을 내리누르고 본인 어깨처럼 축 처진 양쪽 사이드 부분을 살려줍니다.

라떼는 말이죠~

이렇게 수정하려면 형판 따고 데모렌즈 만들어 야스리로 여기저기 갈아내고...

엄청 힘들었는데 

가우디 안경원의 미스터블루는 이 모든 것을 가공장비 내에서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손을 대면 댈수록 요상하게 변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3. 이 판의 하이라이트 모서리 살리기입니다.

직각으로 라인을 만든 후 조금씩 조금씩 커브를 만드는 지루한 작업을 이어가야 합니다.

 

 

4. 드디어 원하는 모양이 나왔네요.  처음 모양에 비해 날렵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렌즈가 없는 상태라 안경테 모양을 보면서 안경사의 감을 이용해 모양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안경사의 감각과 경험이 매우 필요한 작업입니다.

 

 

5. 못쓰는 렌즈를 사용해 테스트 가공합니다.

"좋은 안경은 쓰레기가 만든다." 행복한안경사가 만든 명언(?)입니다.

이 명언의 출처는 아래 포스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eyewear.tistory.com/2267

좋은 도수용 선글라스는 쓰레기가 만든다.

 

 

6. 드디어 첫 번째 렌즈가 나왔습니다.

과연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7. 귀 쪽 방향은 완벽하게 맞았는데 코 쪽 모퉁이는 너무 각을 살렸네요. ㅠㅠ

87% 정도는 성공했으니 나머지 13%를 해결하러 다시 출동!!

 

8. 저장해 놓은 모양을 다시 불러와 원하는 모양으로 수정합니다.

차츰차츰 종착역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옵니다. 하지만....

 

 

9. 미친 듯이 수정에 수정을 반복한 탓일까요?  기계가 리셋되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애써 힘들게 만든 데이터가 날아가 버렸네요.  ㅠㅠ

 

 

10. 일말의 희망을 품고 서버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뒤적거려봅니다.

작업한 내역이 백업이 되어있는지 여기저기 뒤져보는데....

 

 

 

11. 와~ 다행히 있네요. 죽다 살아난 기분입니다.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네요.

 

12. 미쳐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을 수정합니다.

이 정도면 음... 감이 옵니다. 보나 마나 성공입니다.

그래도 2%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니 한번 더 테스트 가공을 합니다.

"작은 디테일이 모여 압도적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항상 새겨두고 있습니다. 

 

 

 

11. 이번에 좀 큼직 막한 폐렌즈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손님의 안경이 작은 사이즈라 손님들이 버리고 간 폐렌즈 중 적당한 크기를 찾아 사용합니다.

 

13. 설계한 이미지 아래에 가공할 렌즈 모양이 투영됩니다.

렌즈 위치를 직접 조정해 안전하게 가공할 수 있습니다.

 

 

 

14. 흡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손님이 원하는 수준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가 원하는 수준 이상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인 본인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자, 이젠 진짜 작업을 할 시간입니다.

완성된 안경은 다음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역시 가공은 가우디!!

다음 글 작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