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리를 잘 못합니다.
충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아 끝 마무리를 못하고 다른 일을 벌이는 탓에 어수선합니다.
대신 이상한 쪽에 집착이 강한 편입니다.
글자 간격이나 크기 선의 기울기 같은 자잘 한쪽에 예민하고 집착합니다.
위 사진 속 제품은 가메만넨 원형 안경입니다.
작업을 위해 데모렌즈를 제거했는데 모양이 양쪽이 다릅니다.
좌측 모양은 오른쪽에 비해 살짝 납작하고 귀 쪽 방향이 올라가 있습니다.
우측 모양은 왼쪽에 비해 양호한테 뭔가 오리지널 디자인과 맞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어느쪽을 선택해서 작업할지 한참을 봐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둘 다 맘에 들지 않습니다.
결국 험난한 길로 가기로 합니다.
안경테가 아닌 데모 렌즈를 스캔해서 작업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작업이 험난한 것은 프레임 정보를 하나하나 직접 입력해야 하고
사이즈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몇 번의 재가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맘에 드는 안경을 위해서라면 그 길로 가는 게 맞습니다.
드디어 행복한안경사가 원한 모양이 나왔네요.
한쪽 렌즈만 스캔하기 때문에 좌우 모양이 100% 동일합니다.
가메만넨 안경에 작업할 안경렌즈는 호야렌즈입니다.
안경 사용자분은 전자기기를 전문으로 다루기 때문에 정확한 색감 확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이 들어갈 경우 색감에 혼동을 줄 수 있어 자연스러운 색 인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호야 1.60 EYAS 소재로 만든 비구면 렌즈를 사용했습니다.
호야렌즈에는 숨김 마크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사이즈가 작고 난시가 있는 안경은 제작 범위 밖으로 나가버려 포함시키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의 상징과도 같은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고
렌즈에 뭔가 중요한 표식이 있다는 것만으로 좀 더 애착이 생기기도 하고... 어쨌든 살릴 수 있다면 악착같이 살립니다.
좌우 완벽한 밸런스로 제작된 가메만넨 안경입니다.
저 완벽한 모양을 찾기 위해 일반 작업의 3배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되었네요.
하지만 현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 ㅠㅠ
안경사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던 적이 있는데
'뭐가 달라?'라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어휴~ 짜식들... 니들이 마! 그러고도 마! ....
잘 만든 안경은 측면에서 사진을 찍어도 안정감 있고 예쁜 자태를 보여줍니다.
뒤태 역시 뭐 하나 모자람이 없네요.
프레임이 매우 얇은 제품이라 테와 결합하는 홈에 딱 맞는 산각을 지정해 꼼꼼하게 작업한 덕분에
컷팅한 면이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도수가 높지 않아 안경테 밖으로 렌즈가 돌출되지 않으니 더욱 완성도가 높아 보입니다.
안경테 정보는 가메만넨 정품 보증카드에 적혀 있네요.
KMN-508 사이즈는 46입니다.
언제나 가공에 진심인 가우디안경원의 가메만넨 작업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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