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안경원 탐구생활

뭐라고? 도수용 안경을 온라인에서 판다고???

행복한안경사 202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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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안경사
1996년 안경사 면허 취득후 오늘까지 일 동안 꾸준히 안경사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12,000일 채우고 은퇴할 생각이니 그날까지 안경원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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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부터 마포구 대흥동에 오픈 후 일 째 조금씩 성장중인 안경원입니다. 계속 성장하는 안경원이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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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8월? 암튼 작년  이때쯤 이상한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대한 상공회? 규제? 샌드박스? 뭐 이런 단어들을 조합해서 자기소개를 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럴 수가!! 방금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구글에 집어넣었더니 

"대한상공회의소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 가 나오네요.  기억력 바보가 된 줄 알았는데 기억력 천재였을 줄...

 

 

 

암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는 젊은 남자는 그렇게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도수용 안경 온라인 판매에 대해 저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안경 관련해서 검색을 했더니 제 블로그가 유독 많이 나왔다고 하더군요.ㅎㅎ

 

 

 

"혹시 제가 말하는 의견이 규제를 푸는 쪽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나요?

아니면 반대하는 쪽 의견이었으면 좋겠나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잠시 망설이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장님 생각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저희도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판단할 수 있어서요."

 

"그럼 혹시 전화 하신 분은 온라인에서 물건 팔아 보신 적 있으세요?"

 

 

맨날 질문만 하다 질문을 받아서인지 다시 한번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아뇨. 팔아본 적 없는데요. 왜 그러시죠?"

 

"그럼 네이버 1면에 올라가는 광고가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 전혀 모르시겠네요."

 

"그렇긴 한데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도수용 안경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고민은 해보셨나요?"

 

 

계속된 공격에 조금 짜증이 났는지 목소리가  퉁명스러워지더군요.

 

 

"소비자들이 안경을 좀 더 편하게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격도 좀 더 저렴해지고...

그리고 사장님처럼 제가 전화할 정도로 온라인으로 활동 많이 하시는 분들은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으로 봐서 중립을 지키는 척하고 있지만 

규제를 푸는 쪽에 서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판매는 1등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소비자들이 검색했을 때 네이버 첫 화면에 나오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과 같아요.

우리 같은 일반 안경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

자본이 뒷받침되는 곳들만 가능할 텐데 결국 돈 있는 놈들만 돈 버는 시장 하나 더 만드는 거겠죠."

 

 

평소 안경사들의 온라인 판매에 대응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면 정확한 조제 가공이 불가능하고 피팅도 제대로 되지 않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해 국민의 안보건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어쩌고저쩌고...'

 

 

오래전부터 대대로 전해져 온 이 논리는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

받아칠만한 대본을 꼼꼼히 준비했을 텐데 갑자기 소상공인 자영업자 역할로 대사를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전화를 끊으려 하더군요.

 

 

"우리나라처럼 안경원 접근성이 좋은 나라도 없을 텐데 굳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려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네요.

이런 시도는 언제나 그렇듯 대기업 로비 때문이겠죠?"

 

마지막 질문에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 채 전화통화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요즘 안경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도수가 들어간 일반 안경도 온라인으로 판매 가능하도록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거든요.

제가 그렇게 타일렀건만 효과가 없었네요. 

 

안경사들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판매된 안경이 소비자들에게 부작용을 줄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대의명분'이죠. 

대의명분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실 비대면 판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안을 안경사라는 단체의 이권 싸움이 아닌

여러분과 같은 "개인의 생존"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지역경제"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혹시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가끔 멀리서 안경원을 찾아온 손님들이 안경원 주변에 맛있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봅니다.

그럼 주변 괜찮은 식당을 안내해 드립니다.

 

 

나는 게임회사를 다니고 있어 온라인으로 안경을 팔든 말든 상관없으시다고요?

저희 조카가 한 달에 구글 크래딧에 사용하는 비용 중 절반 이상은 제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조카가 무려 4명입니다. 

 

 

안경원을 방문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오면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를 들리고

안경을 맞추고 주차장 찾아가는 길에 근처 커피숍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마시기도 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휴무일에는 쇼핑도 가고 영화도 보고 멀리 여행도 갑니다.

하루에 두 번은 안경원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간식도 사 먹고 커피도 마십니다.

그렇게 함께 일하는 안경사가 6명입니다.

 

 

 

온라인으로 도수용 안경을 판매해도 당장은 여러분의 삶에 아무 변화가 없을 겁니다.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긴 하지만 그 거리가 대부분은 멀리 떨어져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의 일상에도 반드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안경원 하나에 연결된 수많은 끈들이 닿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죠.

 

동네가 이렇게 복작복작한 모습을 보고 싶네요.

 

이미 정부도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 감소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온라인 활성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의 독과점 구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오프라인에서 빠진 만큼 온라인에서 플러스되니 소비자도 좋고 자영업자들도 좋은 것 아닌가?'

 

이 정도에서 사고방식이 머물러 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네이버 스토어팜 만들어서 치약이라도 하나 팔아보면 바로 알 텐데 아쉽네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분들의 버거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기는커녕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 배불려 줄 생각만 하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 글을 읽고 가슴이 답답하고 도움이 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아래 청원에 동의 부탁드립니다.

작은 관심 가져주시면 여러분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저도 꼭 동참하겠습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9118

 

국민의 눈건강을 위협하고 안경사 전문성을 무시하는 의료기기 안경의 온라인 판매 정책에 반대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

www1.president.go.kr

 

 

감사합니다 ❤ 

여러분들 덕분에 10,000명 돌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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