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 토끼 같은 손님 이야기입니다.
가우디안경원은 새들노즈 브릿지 안경으로 유명한 3개의 브랜드를 모두 취급합니다.
국산 하우스 브랜드 "래쉬(LASH)" /
새들노즈안경 하면 떠오르는 일본 "림락안경(RimLock)" /
디테일 장인 일본의 "가메만넨" 안경까지 모두 정식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새들노즈브릿지로 유명한 3사 특징 비교
래쉬안경의 장점
한국 제품이다 보니 림락이나 가메만넨보다 사이즈가 좀 더 크고
기본 디자인에서 벗어난 색다른 새들노즈 타입도 갖추고 있습니다.
림락안경의 장점
라인업이 디테일하게 분류되어 있습니다.
좁은 범위 내에서 다양한 제품이 나오다 보니 림락안경에 맞는 얼굴(작고 갸름한 얼굴)을 갖고 있는 분은
선택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가메만넨 안경의 장점
퀄리티에 목숨 건 사람들이 안경을 만들면 이런 수준이 아닐까? 라는 감탄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안경을 쓰고 봐도 멋지고 벗어놓고 봐도 기분 좋아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앞 선 두 회사에 비해 디자인은 제한적이고 전통적인 타입이 대부분입니다.
얘기가 잠시 옆 길로 샛네요. 뭐 제가 항상 그렇죠.
알려드릴 건 많고 요즘 긴 글 싫어하는 분들이 많아 항상 고민입니다.
그럼 왜 이 손님을 세수 대신 물을 선택했다고 했을까요?
손님이 가우디 안경원에 방문한 이유는
본인이 구입하고 싶은 안경이 있는데 그게 래쉬라는 브랜드고 그걸 가우디안경원에서 취급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세수"에 해당하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래쉬 안경을 써 보니 얼굴이 워낙 작고 갸름해 감당이 안되더군요.
래쉬 안경도 그닥 큰 사이즈가 아닌데 어느 것을 써도 오버사이즈 안경이 됩니다.
그래서 한참 돌고 돌아 결국 작은 사이즈도 많이 만드는 림락 안경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물"
이해되시죠?
최종 선택한 것은 림락 R1005A 로 한 번에 써 내려간 붓글씨처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인 매력적인 안경입니다.
안경 옆에 자이스 봉투가 보이네요.
이쯤 되면 '아~ 안경렌즈는 자이스로 했구나.'라고 감이 오시죠?
맞습니다. 안경렌즈는 자이스 구면 1.60 입니다.
난시가 많지 않아 안경 디자인을 좀 더 잘 살릴 수 있는 구면렌즈로 진행했네요.
그리고 커버테스트 (오른쪽 왼쪽 도수비교) 단계에서 좌안 편위가 관측되어
양안시 균형검사까지 진행한 결과 상당량의 외사위가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얼마 전 시력교정 수술하러 방문한 안과에서도 같은 내용을 말해줘서 인지하고 있던 상태라
이를 보완하기 위한 프리즘 처방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렌즈에 노란색 가이드라인이 있는 거예요.
가이드라인은 최종 피팅 후 제거합니다.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안경 통틀어 만들기 가장 까다로운 모양이 바로 이런 모양입니다.
완벽한 원형이 아니라 양쪽 모양을 완벽한 대칭으로 만드는 게 어렵습니다.
제대로 잘 만든 것 같은데 몇 발짝 뒤로 가서 보면 아닌 것 같고
정면에서 볼 때와 뒤에서 볼 때 또 다른 것 같고...
한번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것을 맞추기 위해 한참을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강박이 있는 저한테는 꽤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러고 보니 림락의 장점에서 하나 빼먹은 게 있네요.
위 사진에서 본 새들노즈브릿지 받침대입니다.
아시안의 코를 분석에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플라스틱 받침도
림락 안경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새들노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양이 어딘가 어색하게 보이는 안경다리는 손님의 얼굴 골격을 고려해 세심하게 피팅한 결과입니다.
뒤로 갈수록 탄성이 줄어들어 전문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얼굴에 맞는 피팅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피팅이 어려울수록 제대로 맞춰놓으면 편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 제목 바꿔야겠네요. 가만 보니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 게 아니라
'물도 먹고'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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