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테안경을 맞추기 위해 사전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우선 해당 안경 브랜드 사이트에 들어가 설계 도면을 입수 해야 합니다.
설계 도면에는 무테안경 제작에 필요한 자세한 정보가 기록 되어 있습니다.
a4용지 3장 정도 분량이면 충분합니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본인의 얼굴을 분석을 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어 확인해 보면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얼굴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설계도면과 비교하면서 수정을 해야 합니다.
구멍의 위치 높이 전체 사이즈 등등...
이 정도 정성이 있어야 제대로 된 무테안경을 맞출 수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겠죠?
네. 맞습니다.
그냥 안경원에 오셔서 무테 안경을 몇 개 써 본 후 똑같이 만들어 주세요.
라고 말하면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 났습니다.
공대 감성 가득한 A4 3장 분량의 설계도면을 들고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마침 제가 쉬는 날이라 다른 안경사분이 손님을 응대했고
저는 사진속 도면만 접하게 되었네요.
도면에는 손님이 요구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실루엣 무테안경은 첫번째 구멍까지 거리가 2mm인데 2.5mm로 해 달라는 것.
코 방향 구멍의 높이는 중심에서 10.50mm로 귀 방향은 8mm로 해 달라는 것.
전체 가로폭은 이미지와 상관없이 58mm로 해 달라는 것 등등...
아마 본인도 긴가민가 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렇게 요구했을 때 날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 아닐까?'
가우디 안경원까지 일부러 찾아 오면서도 불안해 했을 것 같네요.
사실 다른 안경원에서 이런 요구를 들으면 상당히 황당해 할 것 같긴합니다.
'이 사람이 안경을 맞추겠다는 것인가? 아님 나랑 장난하자는 것인가?'
안경원에서 무테 작업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렌즈 가공 후 수작업으로 구멍을 뚫는 방법.
렌즈 가공 시 구멍까지 뚫는 방법.
첫번째 방법은 여전히 대다수의 안경원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제품에 대응할 수 있고 속도가 빠른 반면 제작자의 능력에 따라 퀄리티가 천차만별이 되기도 합니다.
두번째 방법은 장비의 수준과 세팅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정확한 가공이 가능합니다.
이 손님이 수작업 방식으로 제작하는 안경원에 방문 할 경우
정중히 거절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다행히 손님은 가우디 안경원으로 잘 찾아 오셨습니다.
가공장비 미스터 블루의 숨겨진 기능 중 하나가 데이터 저장입니다.
실루엣에서 제공한 설계 데이터를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손님이 요구한 대로 수치를 몇 번 조정해서 세팅하는 것 뿐입니다.
오히려 일반 손님보다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미용실에서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 라고 물어봤을 때
알아서 예쁘게 깎아 달라는 손님보다 사진 속 인물처럼 해 달라고 하는 손님이 더 편한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손님 앞에서 이런 내용을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을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손님의 노고를 치하하고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기계가공으로 모든 작업이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닙니다.
프레임과 렌즈 결합은 안경사가 직접 해야 되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과정에도
안경사의 경력과 기술이 반영 됩니다.
그렇게 실루엣 무테 안경이 완성되었습니다.
과연 엄청난 요구를 한 손님은 결과물에 만족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결과는 손님이 보내주신 리뷰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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