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날 때 쯤 손님 한 분이 방문했습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성형외과 의사 손님.
"아무래도 안경렌즈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라디오시티 안경테에 니콘 비구면 렌즈로 한 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교체해야 한다고 하니 의아했습니다.
'갑자기 노안이 왔나?'
"왜요?"
라고 물어보기 전에 찜질방 가서 거하게 안경렌즈 해 먹었다고 고백하더군요.
"찜질방 들어갈 때 안경 벗고 들어가란 얘기 듣긴 했는데
정말 안경렌즈가 이렇게 되네요."
손님은 안경을 쓴 채 가장 온도가 높은 찜질방에서 조금 더~ 조금 더~ 버텼을 뿐인데
안경렌즈는 그만 생명을 다해 버렸습니다.
곧게 쓸어 내려간 빗자루 자국 마냥 코팅이 쫙쫙~
흔히 '코팅이 터졌다' , '렌즈에 크랙 갔다' 고 하는데 말 그대로 렌즈가 완전히 못쓰게 돼버렸네요.
안경렌즈는 고온에 취약합니다.
특히 굴절률이 높을수록 온도에 더 민감합니다.
일정 시간, 일정 온도까지는 어떻게든 생명줄을 잡고 버텨보지만
한계점에 도달하면 너무 쉽게 그 손을 놓아 버립니다.
그래서 지속적인 고온을 피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고온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요리, 헤어드라이기, 찜질방, 사우나, 더운 날 차 내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러 번 말씀드립니다.
이런 곳, 이런 행동은 행복한안경사를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피하세요.
그럼 이 손님처럼 갑작스레 찜질방을 가게 됐을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눈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오래 된 안경이나 유리렌즈로 만든 안경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뜨거운 방을 피하세요.
그냥 시원한 숲속방이나 아주머니들 모여서 tv보는 그런 곳에 잠깐 누워서 드라마 한편 보면서
식혜 한 잔 마시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농담이구요?
수건을 길게 반으로 접은 후 안경을 돌돌 말아서 들어가면 열이 직접 안경렌즈에 닿지 않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김밥속 단무지처럼 곱게 펴서 수건으로 잘 말아줍니다.(아~ 김밥 먹고 싶다.)
만약 제가 알려준 대로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저희 안경원에 오셔서 렌즈를 새로 맞춰 저를 부자로 만들어 주세요. ^^
간혹, 코팅만 새로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기술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 해줘." 라고 애원하셔도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손님의 안경은 고객의 부주의로 발생한 문제이지만
맞춘 지 그닥 오래 되지 않은 탓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새로 교체해 드렸습니다.
사각과 원형의 중간 (물론 원형에 좀 더 가깝지만...) 디자인과
단순하지만 기준이 되는 라인을 확실하고 안정감 있게 설계한 라디오시티 안경.
일본 생산이라는 것 말고 단점을 찾기 힘든 안경입니다.
'안경작업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라이트 차단안경 부작용 해결하기 "2부 완결" (0) | 2019.10.14 |
---|---|
눈 피로의 원인 "사시" 와 "사위" 프리즘 안경 처방 사례 (3) | 2019.10.03 |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고객의 부등시 안경 만들기 (0) | 2019.09.24 |
초 고도근시 실루엣 무테안경 만들기 part-2 (2) | 2019.09.01 |
"무려 -17 디옵터 !" 초 고도근시 실루엣무테 안경 만들기 part-1 (0) | 2019.08.31 |
귀여운 4살 미국 꼬마의 토마토 안경만들기 --2부 (0) | 2019.08.18 |
귀여운 4살 미국 꼬마의 토마토 안경만들기 --1부 (0) | 2019.08.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