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무언가 만들고 고치고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엔 통하는 게 있나 봅니다.
오래된 악기를 복원하는 일을 하는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평소 블로그에 이런저런 작업 후기를 올리는 것을 보고 맘에 들어 방문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복원하고 고치는 게 일이다 보니 안경은 어떤 식으로 수리하는지
어떤 도구를 쓰는지 많이 궁금해 하시더군요.
본업은 안경사고 수리 및 복원은 취미로 하고 있어서
손님만큼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는 관계로 행복한안경사의 내공이 드러나고 말았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선물의 주고 가셨습니다.
선물을 받은 지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쓸 일이 없어 그대로 방치하고 있던 중
드디어 사용 할 일이 생겼습니다.
안경을 열심히 만들던 막내 안경사가 다급하게 저를 찾습니다.
사고 치기 전 찾는 일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안고 조제 가공실로 들어갑니다.
안경 나사가 마모 되어 도저히 풀 수 없다고 SOS 요청을 한 것입니다.
저가의 안경테는 나사를 조립한 후 도금을 하기 때문에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힘을 잘못 사용하면 나사 머리가 뭉개지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나사 선이 살아 있다면 20년 경력으로 어떻게라도 해볼 텐 데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입니다.
안경테를 새로 주문 할까 하다가 마침 손님이 주고 간 선물이 생각나더군요.
스크류그랩 입니다.
안약 크기 정도로 안에는 금속 가루로 추정되는 물체가 똘똘 뭉쳐 있습니다.
물을 살짝 섞어서 망가진 나사 위에 올립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네요. 조금 덜어냅니다.
토닥토닥 살짝 눌러 망가진 나사 부위에 골고루 침투 시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나사를 풀어봅니다.
누르는 힘은 최대한으로 속도는 천천히 돌립니다.
오호~ 풀립니다.
설마 될까 했는데 정말 되네요.
선물로 주신 손님 감사합니다. 이름이 기억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문제의 나사입니다.
이렇게 보니 잘 안보이네요.
이 지경이 되도록 나사 머리에 힘을 가한 막내안경사가 대단해 보입니다.
손님 덕분에 가끔 찾아오는 공포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네요.
깊이가 있는 전문가의 내공은 무시무시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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