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공포소설 " 손님의 잃어버린 시간"

심상치 않다....

안경원 출입문을 여는 스타일만 봐도 그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한데
이 손님은 손잡이가 아닌 출입문을 손바닥으로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발걸음. 얼굴표정. 손에 들린 안경...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그 사람의 눈빛에서 안경을 맞추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금새 알아 차릴 수 있었다.

" 이것 좀 보소."


손님이 내어 놓은 안경은 그 형체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부서지진 않았지만..
다리 한쪽이 너덜 거리고 있었다.


" 우리 아이가 박치기 하는 통에 안경이 이리 되었소. 고칠 수 있겠소.."

삶의 고단함이 찌들어 있는 그의 눈빛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상대방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마치 고쳐놓지 않으면 '내가 무슨짓을 할 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금속테는 수리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손님의 안경은 뿔테.
아쉽게도 수리가 불가능한 부분이 망가져 있었다.


" 이건 수리는 안되고 다리만 다시 구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안경이 망가져서 속상한 손님의 맘을 헤아려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럼 돈을 내야 하나요? 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그냥은 안되나요?"

짜증이 반쯤 섞인 그의 말투는 공격적이었다.



보통은 구입 후  6개월 정도는 품질 보증 기간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품질 보증이란 제품의 하자가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말이지
멀쩡한 안경을 소비자 과실로 부러뜨린 경우에는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 서비스 차원에서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안경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처리해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 죄송하지만 안경테 상태를 보아하니 적어도 2년 정도는 사용한 것 같은데 그 정도 시간이 지난 제품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안경원에서 꽤 오래전에 팔았던 제품이라 고객 기록을 보지 않고 자신있게 말했던 것은 나의 실수였다.



"무슨..이것 한 지 얼마 안되었소..저번에 아들내미 왔을 때 바꾼것 같은데 한 6개월쯤 됐을라나??"



'이럴수가...6개월 밖에 안 되었다니..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자신만만 해 하는 손님의 얼굴표정을 보니 내가 실수한 것이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님 죄송 합니다. 제가 최근에 판매 한 적이 없어서 오래 된 줄 알았네요. 챠트를 한번 볼께요. 성함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님이 가르쳐 준 이름으로 챠트를 확인하는 순간...

아니..이럴수가..어떻게 이런 일이..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졌다..


내가 어렸을 때 즐겨보던 책이 한권 있었다.
세계의 불가사의를 모아 놓은 책이었는데...책 내용 중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1960년에 통채로 실종된 배가 1986년에  발견 되었는데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 모두 살아 있었고
그들은 단지 한달 정도 방향을 잃고 구조되기 만을 기다렸을 뿐이라는....
26년이란 시간의 시 공간을 가로질러왔다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관한 글이었다.

어렸을 때에도 정말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공간을 초월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살아 있는 것이다. 

오늘 날짜는 2011년 8월16일 지금으로 부터 6개월 전이면..2011년 2월 중순...
하지만 그 손님이 안경을 맞춘 날짜는 2009년 4월 무려 지금으로 부터 2년 4개월이 지난 것이다.

이 손님은 1년 8개월이란 시간을 어디에서 방황하고 다녔을까??
진심으로 손님에게 1년 8개월간의 행적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본인이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사람들을 만났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전에는 그냥  A/S를 최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하기 위해 손님들이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들도...모두 시 공간을 헤매고 다녔던 사람들이 아닐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추가제보 : 요즘들어 시공간을 헤매고 다니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구의 재보에 의한면  선글라스를 한달 전 구입한 아주머니가 선글라스가 맘에 안들어 환불요청을 했는데

구입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시간 가량을 실랑이를 벌였다고 합니다, 결국 카드영수증을 힘들게 찾아 확인해 줬더니

"분명히 일주일 밖에 안된 것 같은데.." 라는 혼잣말을 남기고 쓸쓸히 사라졌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