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안경사의 창작공방

비가 오면 생각 나는 "그 손님"

행복한안경사 201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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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안경사
1996년 안경사 면허 취득후 오늘까지 일 동안 꾸준히 안경사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12,000일 채우고 은퇴할 생각이니 그날까지 안경원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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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오늘 처럼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요.
안경원 앞에 차양막이 있어서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하거나 근처에 약속이 있는 사람들은
매장 앞에서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 손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라 생각 했지요. 
하지만 유난히도 매장 안을 두리번 거리고 있길래 문을 열고 나가서...

"찾는것 있으시면 안에 들어와서 보세요." 라고 친절하게 말해 줬지요.
머뭇거리던 손님은 매장 안으로 들어 오면서 옅은 미소를 띄우시더군요.

'옅은미소'
왠지 모를 어색함이 묻어 있는 그 미소를 보고 눈치 챘어야 했는데...그랬어야 했는데...

아무튼 3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은 비와 습한 날씨 때문인지 머리카락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고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스타일의 옷차림은 오히려 더 어색한 느낌만 줄 뿐 이었습니다.

"아까 보니깐 안에 계속해서 보시던데 안경이 필요 하세요?? 선글라스가 필요 하세요??"

그녀..아무 말이 없습니다.


다만 안경 진열장을 보고 혼잣말로 조그맣게 뭐라고 하더군요.


'수줍음을 많이 타나?' 

이런 부류의 손님들은 같이 어색해 하면 아무 일이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더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냈습니다.

"그러지 말고 맘에 드는것 있슴 말씀하세요. 제가 보여 드릴께요.^^"

결국 어렵게 안경테 하나를 선택했고 그녀는 거울을 보면서 또 다시 작은 목소리로 혼자 뭐라 하더군요.

"뭐라구요?? 제가 못 들었는데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아니예요..."


보통 몇마디 주고 받다 보면 이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겠다는 감이 옵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맞춘 것 마냥 그녀와의 대화는 쉽게 이어지지 못했고 시간이 갈 수록 어색함만 커져 가더군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해'
안경원 한쪽 구석에서 안경테를 정리하고 있는 후배 안경사에게 말을 건냈습니다.


"그 쪽에서 보기에 이 분 안경 어떤 것 같아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아..이 여자가 원하는 것은 안경이 아닐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쪽으로 와서 한번 봐 주세요. 손님이 선택을 잘 못하시네요..어울리는 것 좀 찾아줘요."
그를 부르면서 여자 손님에게 말했습니다.

"저 분이 여자분들 안경은 참 잘 골라주니깐..저 대신 봐 드리라고 할께요.^^ "


그녀가 갖고 있는 불안한 감정과 어색한 미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후배 안경사는
선배의 칭찬을 들었는지 흐뭇한 미소를 띄운 채 저에게 다가오더군요.

그렇게 바통터치를 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왕 지켜보는 것, 혼자만 보기 아까워 다른 직원들을 몰래 불러 함께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몇 분쯤 지나서 후배 안경사의 말수가 적어지면서  똥 밟은 것 마냥 심각해 지는 얼굴 표정을 보고 알수 있었습니다.

가끔 저 쪽에서 원망 섞인 표정으로 손님 몰래 나를 째려보는 후배 안경사.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궁금해 죽을 것 같았지만 그냥 지켜볼 수 밖에요.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 예상처럼  그녀는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은 채 그냥 나갔습니다.

두렵더군요. 후배안경사가 겪은 일을 내가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기가 두려웠지만...그 모든 것을 극뽁!하고 물어봤습니다.

" 아..선배..진짜 너무해요??  알고 있었죠?? 완전 정신나간 여자에요."

그녀는 애가 있는 유부녀랍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비가와서 바람도 쐴 겸 상가에 나오게 됐답니다.
갑자기 같이 살고 있는 시어머니 흉을 보더니 오늘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하더랍니다.
기분이 좋은듯 실실 웃다가 욕설이 섞인 단어들도 흉을 보다가..그러다가 갑자기 잠깐 나가서 커피한잔 하자고 하더랍니다.

미안한 맘에 "그래도 니가 나보다 잘 생겼으니깐 너한테 얘기해 주는 거잖아.." 라는 말도 안되는 ㅎㅎ 맘에도 없는 위로를 해주고
후배를 다독여 주며 그렇게 이상한 손님과의 일은 마무리가 되었스.......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 날부터 였습니다.

그래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 가장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여학생 손님 위주로 판매를 하는 후배 안경사.
그 날도 마찬가지로 여학생들에게 열심히 렌즈를 팔고 있는 후배 안경사.
갑자기 여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매장 구조상 손님을 받을 때는 전면 진열장을 등지고 있기 때문에
손님들은 밖을 보게 되고 안경사는 밖을 볼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후배 안경사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살기 가득한 눈으로 여학생들을 째려보고 있는 며칠 전 그 여자를 말입니다.
뒤늦게 눈치채고 뒤돌아 봤을때 그녀는 저만치 가고 난 후 였습니다.

그 후로도 가끔  그녀는 비가 오는 날  매장 앞에서 목격 되었고
하루는 점심시간 쯤 맞춰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점심은 나가서 먹는다는 말을 해 준 것이 나였나?? ㅡㅡa)

결국 안경원 식구들을 총 동원해 비상감시체재로 들어가서 그녀가 나타나면 경보를 울려 후배안경사를 
빼돌리는 시스템을 몇달 간 운영 했더니 어느날 부터 보이지 않더군요.
들리는 소문에 다른 안경원 앞에서 목격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아무튼 그녀가 필요한 것은 안경이나 선글라스가 아니라 대화 상대였나 봅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정말 가끔 그녀가 생각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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