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못한 의뢰인의 백산안경 수리하기

"혹시 제 안경도 수리가 가능할까요?

백산안경 하금테 입니다."

의뢰인은 하금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상단 플라스틱 프레임과 금속 프레임을 연결하는

부위가 절단된 안경을 내 눈앞에 꺼내 놓았습니다.

직접 고쳐보려고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여 살며시 물어 보았습니다.

"직접 고칠 수도 있을 텐 데 굳이 의뢰하는 이유가?"

의뢰인은 본인이 직접 고치려고 시도했단 사실을 들킨 것이 민망했던 지 얼버무리며 대답합니다.

"행복한안경사께서 고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서 저도 한번 해 보려고 했는데

얼마 못 가 다시 망가지더군요.  이 안경이 꼭 쓰고 싶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엉엉~!!"

우선 부러진 부위를 살펴 봅니다.

사진으로 잘 표현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해가 쏙 되시죠?

의뢰인은 직접 수리하기 위해 부러진 부위만 접착을 시도했지만 프레임에 힘이 가해지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부러진 것입니다.

이전에도 올렸지만 접착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접촉면을 최대한 늘려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접촉면을 늘일 수 있을까?'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은 그림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자, 이제 만들어 봅시다.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손톱 만한 플라스틱이지만 행복한 안경사의 손길을 거치면 3만원으로 변신합니다.

'요 만한 게 3만원이라고?' 깜짝 놀랐죠? 

하지만 백산안경 측으로 수리를 요구할 경우 엄청난 비용과 소요 기간에

더욱 깜짝 놀라게 됩니다.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꾸욱 눌러 접착 시킨 후 하루 정도 건조 시킵니다.

외부를 다듬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됩니다.

난이도 높은 안쪽 부분은 다양한 공구를 이용해 다듬어 갑니다. 

네스호의 괴물을 연상시키는 모습입니다.

프레임에 고정 시키는 나사 구멍까지 만들고 광택작업을 하면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작업이 마무리된 후 프레임에 결합합니다.

프레임의 나사 구멍 간격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을 경우 나사를 조이는 순간...

모든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씩 조이면서 힘이 전달되지는 않는지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여차하면 작업을 중단하고 구멍 위치를 수정한 후 다시 결합합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결합이 되었습니다.

전면부는 손댈 일이 없어서 오리지널 상태와 동일합니다.

작업이 막 끝난 상태라 렌즈가 지저분합니다..

작업이 끝났으니 의뢰인을 불러 옵니다.

"작업은 다 마무리 되었는데 렌즈가 좀 더럽네. 

알아서 깨끗이 닦아서 쓰고  다음에 이런 수리할 일 있으면 잘 기억하고 있다가 써 먹도록..."

뭔가 좀 이상하죠? 

의뢰인한테 반말이라니...

이 백산안경의 주인은 다른 사람도 아닌 가우디 안경원 안경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힘들게 고쳐줬는데 돈 줄 생각을 않네요.  이 자식을 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