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테안경 만드는 기계가 된 날

십 년도 더 된 것 같네요?

무테안경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판매 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아

안경원에서 기피 하는 품목이었는데 이게 유행하다 보니

안경사들이 많이 힘들었지요.

그래서 손님이 많은 안경원에서는 전담 안경사를 만들어

하루 종일 무테 안경만 만들기도 했습니다.

장비는 지금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고 손으로 직접 해야 되는 일이 대부분이라

무테 만드는 안경사는  안경 기계가 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무테안경 작업기 : [꼼꼼한 안경리뷰] - 무테 안경 작업기 (괜찮은 국산 무테안경테)

행복한안경사도 그런 안경 기계 중 한 명이었습니다. ㅠㅠ

하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라 이젠 모두 잊었습니다.

아니. 잊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아저씨 손님이 오기 전까지 말이죠.

처음 오신 분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오셔서 무테 의뢰하신 분입니다.
기계 가공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라 눈썰미가 예리해

안경 만들어 내 드릴 때 꼼꼼하게 한참을 검사하던 분입니다.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고 그 덕분에 이번에도 방문해 주셨는데

...

무려 9개의 무테 안경을 갖고 왔습니다.

똑같은 무테 안경테를 어디서 구했는지 잔뜩 갖고 와서

아내 분 돋보기 3개 ,본인 돋보기 6개를 맞춰 달라고 합니다. 

9개의 안경을 보는 순간 

아스라이 잊혀져 가던 기억이 유턴해서 다시 돌아오더군요.

안경 기계로 살아가던 그 시절 그 기억들이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우선 작업의 70%는 장비가 다 해주고요.

옆에서 후배 안경사가 자잘한 작업들을 도와 줍니다.

그래도 9개의 안경을 하루 만에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