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한다는 데 가만 있을 수 없지? 특별한 실루엣 무테안경 만들기

매장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원장님 저 @@@인데요. 어머니가 꼭 전화해서 전해달라고 해서 연락드렸어요.

이번에 새로 맞춘 안경이 너무 맘에 든대요.

가볍고 맑게 잘 보여서 너무 좋다고 꼭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기분 좋은 전화입니다. 과연 어떤 안경을 맞췄길래 이런 피드백을 줬을까요?

 

 

며칠 전 실루엣 무테안경을 맞춘 손님이 이번엔 멀리 청주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안경을 불편해 하는 어머니에게 실루엣 무테안경의 심플함과 가벼움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합니다.

 

어버이날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이라 효도 선물로 안경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세대 간 취향차이라고 할까요?  간혹 뜻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첫 번째 난관 : "난 이 모양이 맘에 들지 않는구나"

아드님의 취향은 확고합니다. 작고 뚜렷한 라인. 그리고 직사각형

어머님의 취향도 확고합니다. 둥글고 부드러운 모양, 오버사이즈.

손님이 가져온 안경입니다. 

어머님 취향하고는 다소 거리 멀어 보입니다.

다행히 색상은 어머님이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셨네요.

 

두 번째 난관 : "무테가 너무 밋밋해서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구나."

첫 번째 난관은 무테안경이라 해결이 가능합니다.

실루엣 무테는 렌즈 모양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거든요.

하지만 두 번째 난관은 말 그대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무테안경은 테가 없다 보니 얼굴의 잡티나 주름 등이 덜 가려져

연세가 있는 분들은 좀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들이 사주는 안경이라 어쩔 수 없이 맞추긴 하지만 썩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것이

아들 눈에는 안보였지만 안경사인 제 눈에는 보이더군요.

과연 행복한 안경사는 이 여러 난관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만족스러운 안경을 판매할 수 있었을까요? 

 

 

첫 번째 장애물 해결하기

 

앞서 얘기한 것처럼 손님은 본인이 쓰고 있는 안경과 비슷한 크기를 원했습니다.

특별히 어려운 요청은 아닙니다. 비슷한 디자인의 안경을 찾아 세밀하게 사이즈 조정만 하면 끝!!

첫번째 장애물인 모양변경은 쉽게 해결했습니다.

손님이 착용하고 있는 안경과 비슷한 모양으로 디자인 변경하기

구멍 위치와 초점 위치 설정까지 꼼꼼하게!!

 

 

 

 

 

두 번째 난관 극복하기

 

무테안경을 착용했을 때 밋밋해 보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우선 렌즈에 색상을 입히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 투명한 렌즈는 깨끗해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맹숭맹숭한 느낌이 더 강조됩니다.

약간이라도 색을 넣으면 포인트를 줄 수 있습니다.

그 후 렌즈에 미세한 홈을 파고 그 안에 색을 입히면 밋밋했던 느낌은 사라지고 

마치 간결한 온테(테가 있는 안경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손님의 피부톤과 잘 어울리는 피치 브라운 색상의 렌즈를 준비합니다.

 

 

 

안경 렌즈에 미세하게 홈을 내어 그 안에 특수 염료를 채울 수 있도록 설정값을 변경합니다.

 

안경 렌즈에 예쁜 홈 선이 생겼습니다. 

장비가 좋으니 가공도 깔끔하게 잘 된다고 자랑하고 싶네요.

저 홈선에 예쁘게 염료를 채워주면 제가 원하는 느낌이 될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해보고 한동안 해본 적 없는 작업인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before

After

앗, 오래간만에 해본 작업이긴 한데 아직 실력이 녹슬진 않았네요. 다행입니다.

매우 깔끔하게 성공했습니다.

전 후 차이가 확실하죠?

한 장소에서 찍은 사진도 올려봅니다.

안경렌즈에 홈을 내고 그 안에 염료를 채워 넣어 무테의 심심함을 없애고

마치 린드버그 모르텐처럼 깔끔한 라인이 있는 안경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되었네요.

이제 조립만 하면 끝!!

최종 모습이 궁금하시죠? 

 

 

 

완성 사진

예쁩니다.

마치 심플한 안경 림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테안경입니다.

 

뒤에서 봐도 예쁩니다. 

가우디안경원의 가공 장비인 미스터 블루 2.0과 행복한안경사의 정성이 만나 특별한 안경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드님의 효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실루엣 무테안경에 사용된 렌즈는 누진다초점렌즈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바리락스XR" 렌즈입니다.

아드님이 이미 제 블로그에서 바리락스XR 렌즈에 대해 충분한 공부를 하고 마음을 정하고 오셨습니다.

고가의 안경렌즈라 어머님은 부담스럽다고 전에 사용하던 렌즈 수준으로 하자고 했지만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그 마음을 알기에 아드님 편에 서서 열심히 추천해 드렸습니다.

 

 

참고로 자제분들이 좋은 렌즈를 선물해주고 싶은데 부모님들은 부담된다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많은 안경사들이 양쪽 눈치 보느라 적당한 선을 추천해 주곤 하지만

저는 자식들 편에 서서 당당하게 좋은 렌즈로 하라고 같이 추천해 주는 편입니다.

그동안 자식들에게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얼마인데 그 정도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좋은 다초점렌즈는 확실히 좋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실루엣 무테안경입니다.

청주가 가까운 곳은 아니기에 완성된 안경은 택배로 발송했고

며칠 후 이 안경을 받아 착용해 본 손님은 안경이 너무 맘에 들어 

아드님 통해 전화로 피드백을 준 사연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