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끝에 안경폴리싱 의뢰를 성공한 손님 이야기

개인적으로 뿔테안경을 새롭게 탈바꿈 해주는 폴리싱을 좋아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안경을 만지고 있다 보면 마음이 정화 된다고 할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세상과 담 쌓고 싶을 때...

마음속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가 절정을 이루고 있을 때...

매우 좋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만 비용 대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특히 저는 꼼꼼한 대신 손이 느리다 보니 더더욱 오래 걸립니다.

대충 하는 것을 싫어하고 손이 느리면 돈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금전 적인 보상이 뒤따르지 않거나 다른 업무를 뒤로 미루게 한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됩니다.

그래서 폴리싱은 안경원이 조금 한가한 12월~1월 사이만 잠깐 받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휴가 기간이 그 시즌에 맞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는 1년에 한 달 정도만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그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고객도 생겼습니다.

삼고초려 끝에 폴리싱 의뢰를 성공한 손님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 됩니다.

손님이 처음 문의를 준 것은 2018년 가을입니다.

동절기에만 하기로 기준을 정한 시점이라 그렇게 안내해 드렸습니다.

알겠다는 얘기만 남기고 시간이 지나 갑니다.

까마득히 잊고 지냈는데 올해 4월 또 다시 문의가 들어옵니다.

동절기만 진행한다고 안내했어야 하는데  ㅜㅜ

12월부터 진행한다고 말한 탓에 또 다시 문의를 하신 겁니다.

아쉽게도 한 참 바쁜 시즌이라 동절기에만 진행한다는 안내만 해주고 다시 한번 거절했습니다.

이쯤 되면 행복한안경사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의뢰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 홀가분한 마음도 들더군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또, 그분입니다.

기다리다 지쳤는지 직접 시도를 해봤다는 얘기와 함께 다시 의뢰를 요청하시더군요.

너무 미안한 마음에 받으려고 했는데

하필 직원들 휴가가 겹쳐지는 바람에  11월 부터 진행한다고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인내심의 끝판왕인 우리 고객님께서 다시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방문하겠다고 하더군요.

1년을 기다렸는데 얼마나 무시무시한 조건과 안경을 갖고 올지 살짝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냥 안경을 좋아하는 고객이었습니다.

5~6가지 안경을 잔뜩 싸 들고 오셨는데 하나같이 예사 안경들이 아니더군요.

소위 말하는 안경 덕후 입니다.

직접 폴리싱을 하다 망해 버린 안경부터 그나마 양호한 것까지 다양한 안경들 중

3개를 의뢰했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했던 미안한 마음과 마음 속 한켠에 봉인해 두었던 폴리싱 욕망을 모두 꺼내어

간만에 실력 발휘를 했습니다.

모처럼 하는 작업이라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잉잉 ㅠㅠ

하지만 결과물을 보니 뿌듯하네요.

결론: 

폴리싱은 일 년에 한번만 하는 걸로...

나이 드니 쭈구리고 앉아서 장시간 하는 일이 너무 벅차다. ㅠㅠ

커틀러 앤 글로스

자체 폴리싱을 시도한 탓에 여기저기 생채기들이 난무하고

곳곳에 깊게 스며든 이물질들이 심각한 상황.

처음부터 안경을 하나 새로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 함.

타르트 옵티컬

첫 번째 안경보다 양호함. 그,나,마.

안네발렌틴

폴리싱해야 하는 면적도 적고 상태도 가장 양호함.

앞선 두 녀석에 비하면 보너스.

다만 광을 내야 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경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했음.

아, 1년 묵은 변비가 제거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