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가하네요.
한가해지면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요즘 빠져있는 생각 중 하나는
'과연 소비자는 안경을 어디서 구매하고 있을까?'
안경테와 안경렌즈를 합쳐서 안경이라고 했을 때 종착지는 안경원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안경테만 따로 떼어 놓고 봤을 땐 정말 다양한 출발지가 존재합니다.
그 중 최근에 유난히 눈에 띄는 출발지 혹은 경유지가 두 곳이 보입니다.
하나는 퍼스널 브랜드 상품
또 다른 하나는 펀딩을 통한 판매 상품
가장 기본적인 루트였던 생산자 --> 안경원 -->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바로 연결되는 B2P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 안경원 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ㅠㅠ
퍼스널 브랜드 상품
안경테를 구매해서 오는 경우 브랜드 종류가 다양합니다.
면세점에서도 사고 해외 직구도 하고 쇼핑몰 갔다가 하나 사고 길거리에서도 구입하고...
이렇게 다양할 수 밖에 없는데
겹치는 브랜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3개 정도 같은 상품을 보게 된 것입니다.
관심이 생겨 알아보니...
안경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 런칭한 안경 브랜드 입니다.
빈티지 안경의 감성과 한국 사람의 얼굴과 이런 저런 데이터를 취합해
직접 일본 공장을 컨택해 제작했다고 합니다.
안경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아닌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오픈하고 공유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성공적인(?) 판매까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퍼스널 브랜드의 한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안경을 구매해서 가우디안경원에 방문한 손님들은
뿔테 안경이 주는 불편함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코 사이 간격이 넓어 흘러내리는 문제로 방문 --> 코 받침 제거 후 다른 유형의 코받침으로 해결
다른 안경원에서 렌즈 작업 후 너무 벌어진 것을 해결 하기 위해 방문 --> 프레임 덧댐 작업으로 해결
얼굴에 비해 폭이 좁아 옆이 눌리는 문제로 방문 --> 다리 부분을 좀 더 컷팅해 피팅으로 해결
오로지 안경에 대한 열정만으로 안경을 만드는 경우 경험치 한계가 가장 큰 걸림 돌입니다.
'내가 이런 부분을 불편해 하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이렇게 해결하면 다들 좋아하겠지?'
디자인이 됐든 기능적인 부분이 됐든
착용해 왔던 안경이 주는 단점을 극복하고 개선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정하고 출발하겠지만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20년 동안 안경사로 살고 있는 본인도 '나만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의기양양했다가 어느 순간 다른 누군가도
동일한 생각을 했고 (심지어 더 월등한..) 그것도 20~30년 전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미 오랜 시간 전부터 똑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도 있고 해결책을 찾거나 해결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저렇게 발전하고 개선되어 다양한 품질의 안경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드가 해결한 단점은 일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또 다른 문제가 위 사례처럼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한계는 분명히 여러분들도 경험하게 됩니다.
환상을 버리세요.
결론
여러분이 퍼스널 브랜드에 지불하는 금액은 제품에 대한 가격이 아니라
환상을 만들어 준 제작자에게 지불하는 원고료라고 생각하세요.
펀딩 사이트 전용 상품
본인은 와디즈에 투자자로 참여 할 의사가 있는 사람입니다.ㅎㅎ
일종의 엔젤 투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디즈란 단어를 처음 접한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제작자는 상품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 받고
투자자는 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나 제품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펀딩 사이트 입니다.
펀딩사이트 초기에는 투자를 받기 위한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주로 올라왔는데
최근에는 또 다른 형태의 쇼핑몰로 진화하고 있는 흉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안경테가 빠지면 섭하죠.
펀딩 사이트에 올라오는 안경 테를 보면 소비자를 어떻게 하면 현혹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글들이 많습니다.
내가 만약 안경광학과 교수라면 신입생들에게 꼭 들어가서 보라고 하고 싶네요.
안경 하나가 만들어지기 까지 과정이 조선실록에 버금갈 정도로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출발은 퍼스널 브랜드와 비슷합니다.
안경은 내 삶의 동반자.
평생 사용한 안경이 알고 보니 배반의 장미.
거품은 기본 품질도 시궁창.
직접 만들어 보기로 작정.
몇 날 며칠 고민과 밤샘의 결과물 탄생.
견실한 국내 제조업체에 의뢰.
저렴한 가격은 기본 . 스타일도 굿.
그 후 과정은 수수깡 안경을 써도 잘 어울릴만한 모델이
착용한 사진으로 도배. 도배.
혁신과 차별화는 안드로메다로 빠이빠이...
펀딩 사이트의 취지와는 전혀 다릅니다.(쇼핑몰에 올라오는 내용이라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투자자가 제작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게시판에 질문 글을 남겼습니다.
"해당 스펙 정도면 일반 안경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어떤 차별성으로 어필하시는 건가요?
진정 이 제품이 펀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합니다.
"기존 안경과 차별화된 소재와 퀄리티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게 제작된 상품입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바램과 달리 생각보다 많이 팔리더라구요. ㅎㅎ
이런 저런 잡생각에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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