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수리 좀 의뢰 할려고 해요. 다리만 있는데 살려서 안경을 새로 할 수 있나요?"
연결 부위도 맞아야 하고, 색상도 맞아야 하고, 전체적인 디자인도 맞아야 하니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손님에게 직접 봐야 알 수 있다고 시간 되실 때 방문해 달라 말씀드리니...
" 수제 안경도 만든다고 하니 하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떻게 안될까요?"
막무가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방문 후 상담해 드리겠다고 다시 정중히 말씀 드렸습니다.
"꼭 됐으면 좋겠는데. 연결하는 것 까지 다 있으니 되지 않을까요? "
살아온 삶이 다 제 각각이라 가급적이면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제가 여러 번 직접 봐야 알 수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
손님의 입장만 말씀하시면 작업이 가능해도 작업 해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안경을 꼭 살리고 싶어서 그래요. 꼭 되는 쪽으로 해주세요."
이 의뢰를 받는 순간 왠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지금이라도 강하게 거부하려고 하는 순간...
"네. 그럼 시간 내서 한 번 가볼게요."
하고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이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후 방문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점잖은 스타일의 노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저에게 작업을 의뢰하신 분은 60 중반의 중년 여성이었고 전화 통화와는 다른 이미지더군요.
"제가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사장님한테 전화했어요. 아마 유일하게 해 주실 것 같아서요."
다니는 안경원을 비롯해 몇 군데 안경원을 방문했고 해결되지 않아
검색으로 행복한안경사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경케이스에서 오늘의 주인공을 꺼냅니다.
샤넬 안경 다리만 곱게 포장해 오셨습니다.
"안경 전면 부는 없네요?"
의아해서 물어보니 엄청난 대답이 흘러나옵니다.
"디자인이 맘에 안 들어 다리만 떼어 냈어요. 떼어 내면서 못쓰게 돼서 안 갖고 왔어요."
예전부터 가격을 떠나 디자인이 맘에 안 들면 옷이든 가방이든 직접 본인이 수선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번 샤넬안경도 디자인이 맘에 안 들어 몇 번 써보고 과감하게 다리를 분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플라스틱에 박혀 있는 경첩 부위를 어떻게 분해 했는지
궁금하더군요.
"경첩은 어떻게 떼어 내셨어요?"
"인두기 사다가 녹여서 떼어냈지요. 두 세시간 걸린 것 같아."
'이런 저런 핑계 되면서 해주지 말아야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든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갖고 있는 안경다리에 맞춰 수제안경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될지는 모르겠더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작업을 의뢰 받았습니다.
제작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가우디안경/맞춤제작 수제안경] - 상상초월 손님의 샤넬 안경 만들기 -제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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