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에 새 생명을 불어 넣기 (선글라스 수리 후기)

문을 열자마다 뒤따라 들어온 남자 손님.
선글라스를 하나 주섬 주섬 꺼내시더군요.

"오늘 아침에 선글라스를 발로 밟았는데 이것 살릴 수 있을까요??"

워낙 거구의 아저씨가 밟은 거라 선글라스는 참혹하게 짖이겨져 있더군요.
보통 안경원에서는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이 아닌 경우 수리를 잘 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비용받기도 힘들고 수리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잘못하면 옴팡지게 독박을 쓰는 경우도 있고..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꺼려하지요.

'아..이거 잘못건드리면 일이 꼬이겠군..' 이란 생각에 거부를 하려고 했는데..
"부러져도 상관없으니 해보는데까지 해주세요." 라는 손님의 한마디에 갑자기 불끈 도전정신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요."라는 말을 하고 덥썩 수리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안경테 수리 준비 과정

1. 테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단순히 금속이 뒤틀린 경우가 있고 접합 부분에 실금이 간 경우가 있습니다.
뒤틀리기만 한 경우 왠만하면 살려낼 수 있는데 금속에 실금이 간 경우는 아예 절단 한 후 따로 용접을 해야 합니다.
안경사의 능력으로 수리가 가능할지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을지 판단하는 단계입니다. 

  

 

2. 도구 준비하기

안경테의 망가진 부위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가 제 각각입니다. 얼마나 적합한 공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숙련된 경험이 필요합니다.

 

3. 전체적인 조정

온전한 상태의 모양을 머리속에 그린 수 많이 손상된 부위부터 조정하기 시작합니다.
이때에는 손의 감각만으로 적당한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야 합니다. 
테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힘을 줘야하는데 어이없이 테가 뚝!하고 부러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각 공구마다 원래 사용해야 하는 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사진속 공구는 안경의 가운데 부분인 브릿지를 조정할때
사용하는 제품인데  심하게 뒤틀림 안경테를 조정할 때 사용이 되었네요. 짬밥에서 오는 감이 가끔 도움이 되곤합니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요?? ^^

반대쪽 다리가 아래로 축 쳐진것 보이시나요??  저 부분은 맨손으로 조정을 했습니다.뚝~! 하고 부러질 확률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다행히 테의 퀄리티가 높은 덕분인지 무사히 원상 복구 시켰네요.

4. 미세한 조정

대략적인 모양을 갖추게 되면 세밀한 조정으로 들어갑니다.
전체적인 밸런스, 좌우대칭 등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왜? 자신과의 싸움이냐구요??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렌즈를 장착시켜 보니 휑하니 공간이 남더군요 

공구를 이용해 미세하게 조물딱 조물딱 테의 변형된 부분을 조정해 줍니다.

짠~ 빈틈이 말끔이 채워졌습니다.

이리저리 돌려보니 가운데 브릿지 부분이 수평이 안 맞더군요. 투 브릿지 (브릿지가 두개)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수평을 맞춰갑니다.

일단 윗부분 수평을 맞춰주고 아랫부분을 맞춰주면...

얼추 모양이 안정이 되어갑니다. 브릿지가 두개 이기 때문에 하나 맞추면 다른 하나가 뒤틀리고 하기때문에
적정선에서 멈춰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끝까지 하다보면...결과는 비참해 질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미세 조정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조정이 끝났습니다. 최종적으로 마무리 된 사진들을 한번 볼까요???

 

말끔히 되 살아난 카레라 선글라스 입니다.

이 글에서 등장하는 선글라스는  카레라라는 브랜드의 제품인데 해외에서 구매했다고 합니다.
구입 한지는 한 8년 정도  됐지만 편하고 디자인도 맘에 들어 애착이 많이 가는 제품이라고 하더군요.


이상 선글라스 수리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