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리 선글라스가 막 대중화되기 시작할 무렵 처음으로 선글라스 도수 작업을 의뢰받았습니다.
대중화의 일등공신 오클리 홀브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클리 레이다 같은 스포츠 고글타입만 보다 일반 선글라스처럼 생긴 제품을 보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덥석 받았습니다.
도수용으로 교체할 렌즈가 도착하고 평소 뿔테 선글라스 만들 듯이 작업합니다.
렌즈가 가공돼서 나오고 끼워 넣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도무지 들어갈 생각을 안 합니다.
'너무 크게 갈았나? 그런 것 같지 않은데?'
한참을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해결책을 찾을 수 없더군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맞출 수 없는 큐브처럼 손을 댈수록 문제는 더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손님에게 이건 안 되겠다고 솔직하게 말한 후 환불해 주고
그날 바로 친구에게 홀브룩 하나를 사서 연구에 돌입합니다.
그 결과. 일반 안경원에서 가공하는 장비로는 불가능하다는 답이 나왔고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저는 조금 무식한 방법을 선택했는데 다양하게 시도를 해보는 겁니다.
못쓰는 렌즈 준비해 두고 이렇게도 가공해 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게 되다 어느 순간 답을 찾게 됩니다.
원리를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열심히 검색하면 방법을 좀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그 과정들 속에서 여러 원리를 깨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요즘도 가끔 사용합니다.
주변에서 '참 할 일 없다.'라는 말을 듣는 일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 후 손기술을 잔뜩 활용해 안산에서 홀브룩 가공 전문 안경원으로 유명세를 떨치다
결국 서울로 올라오면서 홀브룩 가공이 가능한 장비를 마련하면서
오클리 선글라스 도수 작업으로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알아주는 안경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7~8년 전의 내가 만들다 포기한 것 같은 오클리 선글라스를 손님이 가지고 왔습니다.
다행히 홀브룩이 아니라 아노락입니다.
아노락은 나온 지 얼마 안 된 모델이라 과거의 제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과거의 저처럼 고생고생하다 '될 대로 대라' 하고 손님에게 내준 것입니다.
저는 포기하고 환불해줬는데 이분은 고생한 것이 아쉬웠은지 그대로 출고했더군요.
렌즈가 위태위태하게 걸쳐 있습니다.
"렌즈가 겨우 걸쳐있네요. 쓰면서 렌즈가 빠지진 않았나요? 신기하네요?"
"그냥 조금만 건드려도 막 빠져요.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바꾸러 온 것입니다."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손댄 렌즈를 보니 과거의 나도 생각나고
제대로 사용 못한 렌즈에 비용을 들인 손님도 불쌍하고...
하지만 소비자에게 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정은 블로그에나 적는 것일 뿐... 결과로 이야기해야죠.
그 결과를 직접 볼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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