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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성향이 안경사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맨손으로 파리 잡는 법

행복한안경사 202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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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안경사
1996년 안경사 면허 취득후 오늘까지 일 동안 꾸준히 안경사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12,000일 채우고 은퇴할 생각이니 그날까지 안경원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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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부터 자폐 성향이 매우 강했었던 것 같다.

다섯 살 때까지 말을 안 했던 것(어쩌면 못했을지도...)

뭐 하나 꽂히면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 앉아서 그 짓(?) 만 계속했던 것

사람보다 사물에 관심이 더 많았었던 것 등등 조합해보면 

정말 이상한 아이였던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지만  반복 적인 행동을 지치지 않고 했던 것에는  

각각의 반복 적인 행위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차이를 발견하고, 다양한 변수를 적용해

나름의 규칙을 찾으려고 노력한 게 원인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이런 적이 있다.


옛날에 살던 집 장판에는 정사각형 안에 조금 더 작은 정사각형 패턴이 있었다.

그 크기가 동전 하나가 딱 들어갈 만한 사이즈였다. 한 4cm 정사각형 정도??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

한 50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우연히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손가락으로 튕겼고

그게 하필 아주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작은 사각형 안에 거의 들어갈 뻔한 것이다.


그럼 이 반복 적 행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선을 정해 놓고 그 작은 사각형 안에 정확하게 집어 넣기 위한 나만의 게임이 시작된다.

그 반복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고 만약에 성공하기라도 하면

연속 성공이 가능할 때까지 또 반복이 된다. 그리고 연속 성공에 성공하면 

이번에는 비 거리를 좀 더 늘려 도전을 다시 시작한다.


그 작은 손가락으로 동전을 튕기며 방바닥을 수백 번 넘게 쓸고 다녔을 작은 녀석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 심각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계속해서 성공할 수 없을까? 어떻게 하면 똑같은 힘을 줄 수 있지? 

검지를 이용해 튕기는 것보다 중지를 사용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등등

로또처럼 매번 바뀔 수 밖에 없는 확률에서 일정한 법칙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했던 것 같다.


이런 반복적인 상황에서 변화를 찾아내는 습관은 일상 곳곳에서 나타났다.


남들보다 버스 빨리 타는 방법


중학교 시절 버스 정류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변 다른 학교 학생까지 모두 모이는 곳에 키 작고 왜소한 학생에게 집에 가는 길은 엄청난 고행이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타는 것만이 원하는 곳에 앉아 쉽게 내릴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다행히 그 시절에는 줄 서서 타는 규칙 따위는 없었다.

계속해서 미세한 차이에 과도하게 집중한 탓에 버스 정차 지점을 선점하는 것은 

사각형 안에 동전 집어 넣는 것보다 쉬웠다.


우선 남들보다 좋은 시력으로 해당 버스를 먼저 발견한다.


조금 뒤로 물러서서 학생들이 몰려 있는 곳을 확인한다.

-->버스 기사들은 학생들이 몰려들어 버스에 부딪칠까 봐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었다.


먼저 도착한 버스가 있다면 올라타고 있는 학생 수를 파악한다.

-->그 버스가 지나간 자리에 설지 그 뒤에 설지 짧은 시간에 판단해야 한다.


동선을 파악한다. 

-->정차 지점을 예상하고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한다.


타이밍을 맞춘다.

-->가장 좋은 것은 버스 도착 타이밍과 동시에 정차 지점에 도착하는 것이다.

조금 빨라도 늦어도 다른 학생들에게 밀려날 우려가 있다. 

버스 속도에 맞춰 신속하게 이동해 거의 동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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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손으로 파리 잡는 방법

또 언제는 시골 이모 집에 가서 하루 종일 맨손으로 파리를 잡았던 적이 있었다

겨우 10살 짜리 꼬마가 맨손으로 파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 살 많은 형은 바보처럼 매번 헛 손질하는 동생을 비웃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파리에 대한 집착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그 어린 나이에 상당히 많은 것을 깨달았다.


파리는 뒤로 날지 못한다.

--> 앞다리에 비해 뒷다리가 크기 때문에 반응 시 뒤로 날지 못한다.

이동 동선 중 하나가 줄어 들어 잡을 확률이 높아졌다.




접근 위치에 따른 반응 속도


-->파리는 머리 쪽에서 접근할 때와 꽁지 쪽에서 접근할 때 반응 속도가 다르다.

당연히 전자가 더 빠르다. 예측하고 낚아 채는 타이밍을 다르게 해야 확률이 높아진다.





떠 올랐을 때 잡는 게 핵심


-->너무 빠른 속도로 바닥을 훑으며 잡으려고 하면 

바닥과 손바닥 사이의 빈 공간으로 빠져 나갈 수 있다.

적당히 떠 올랐을 때 낚아 채는 게  확률이 더 높다.

파리가 시계의 정 중앙에서 3시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날아 올라 움직이는 방향은 1시 혹은 2시 방향 뿐이다. 적당한 속도로 이 방향을 공략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




거진 하루를 소진하며 깨달은 이 기술 덕분에 요즘도 가끔 맨손으로 파리를 잡지만 

그럴 때마다 더럽게 왜 맨손으로 파리를 잡냐고 와이프한테 혼나고 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 기술들은 

사실 안경사로 살아가는데 알게 모르게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를 찾거나

원인 모를 불편함을 남들이 잘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서 찾아내는 것에 

다른 안경사들보다 아주 쬐금~ 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은 그와 관련된 글을 작성하기 위해 서두 형식으로 짧게 쓸려고 했던 내용인데

쓸데없이 길어졌다.

본격적인 글은 다음 편에 이어가도록 하겠다.




최근 들어 블로그에 종종 보였던 뻘글이 없어져서 서운하다는 분들이 있어

모처럼 만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글을 적어봤네요. 


맨손으로 파리 잡는 원데이 클래스가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일타 쌍피까지 가능한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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