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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속았다. 월악산 옥순봉 강제 산행기

행복한안경사 201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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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안경사 면허 취득후 오늘까지 일 동안 꾸준히 안경사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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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기 좋은 계절입니다.

모처럼 만에 이틀 연속 휴일이라 큰 맘 먹고 산행을 결정합니다.

장소는 치악산.


등산 장비도 없고 저질 체질이라는 사실을 부부가 모두 알고 있어

가볍게 구룡사까지만 산책하고 오는 코스 입니다.

실제 이 산행의 목표는 저질 체력 확인 외에 초입에서 파는 감자전과 동동주 입니다.

두어 시간 산행 후 내려와서 먹는 그 맛은 아주 꿀맛입니다.

아쉽게도 본인은 운전 때문에 감자전에 콜라를 먹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아침 일찍 김밥으로 때우고 치악산으로 출발 합니다.

고속도로를 타자 마자 후배에게 전화가 옵니다.

받지 말았어야 했어요.


"선배 안경원에 출근했어요?"

무언가 필요한 게 있나 봅니다.


"아니 오늘 쉬는 날. 와이프랑 놀러 가고 있어?"


"단풍 구경 가요? 나도 어제 갔다 왔는데 경치 정말 좋더라구요."


"그래? 어디 갔다 왔는데? 우린 치악산 가는 중."


"아, 그래요? 거기서 한 시간 정도만 더 가면 월악산 있는데 정말 좋아요."


"월악산? 거기 힘든데 아니야?"


"아니요? 옥순봉이라고 있는데 200 몇 미터 밖에 안되고 

그냥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한 시간 정도면 올라갈 수 있어요."


그러면서 카톡으로 사진 몇 장을 보냈는데 경치가 정말 좋아 보이더군요.


휴게소에 들러 잠시 와이프와 고민합니다.

"치악산은 매년 가니 이번에 여기 함 가볼까?"


별로 힘들지 않다는 후배의 말과 사진에 동동주와 감자전을 놓고 저울질을 하다

결국 옥순봉으로 결정!


아름다운 청풍호와 과하지 않게 형형색색 물 들은 산들을 옆에 끼고 한참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월악산 옥순봉 산행은 생뚱맞은 장소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여태 다녔던 유명 산들의 주차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담한 크기이지만 주차 비는 무려 5,000원.




비용을 지불하고 주차 관리원의 간단한 안내를 받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입산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물 살 곳도 없습니다. 

물이 없어도 괜찮을까? 잠시 걱정됐지만 무릎 연골 수술한 일행도 쉽게 갔다 왔다는

후배 말이 떠올라 그냥 출발합니다.


둘 다 복장은 청바지에 워킹화. 

와이프는 가벼운 패딩에 후드티, 본인은 니트에 야구점퍼.

산행 드레스코드와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뭐, 동네 뒷산 올라가는데 이 정도면 됐지 하고 출발합니다.

오고 가는 등산객들이 살짝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좀 빨리 눈치 챘어야 하는데...


본격적인 산행 시작!


10 여분은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 완만한 경사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둘 다 그마저도 버겁게 느껴집니다. 

"이야 설마 끝까지 이렇게 포장 되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이 정도면 할 만한데..."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말 등산로처럼 생긴 길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럼 그렇지..ㅠㅠ'


한참을 올라갑니다.

처음엔 '힘드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가다가 쓰러지면 어떻게 하지? '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올라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둘 다 말이 없어집니다.


갈래 길이 나옵니다.

<-- 옥순봉 1.6km  구담봉 1.2km-->

한참을 온 것 같은데 여태 절반도 못 왔습니다.

정말 고민 되더군요. 


"조금만 더 가보고 너무 힘들면 되돌아가자."


와이프를 걱정하는 척 말을 했지만 사실은 본인이 너무 힘들어서 

은근슬쩍 꺼낸 회유책인데 이런 내 맘도 몰라주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 아, 몰라 그냥 가."

엄청 투덜대면서 옥순봉을 추천한 후배를 저주하면서 계속 직진하더군요.


'내가, 왜 전화를 받았을까? 지금 이 정도면 산행 마치고 감자전 먹고 있겠지?'

단풍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얼른 이 고행이 끝나기 만을 바라며 한참을 걸은 끝에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올라가는 중간 저멀리 청풍호를 가로 지르는 유람선이 보이네요.


워킹화 신고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꽃무니 여사.

다행히 경사가 심하지 않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 위험하진 않았네요.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유람선이 자주 왕복합니다. 

다음엔 고생하지 말고 저 녀석을 노려야 겠어요.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심한 자괴감에 주저 앉은 꽃무니 여사.

'미안하다. 내 후배이자 니 선배인 그놈을 만나면 가만두지 말자.'



하지만,  주변 경관은 후배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을 잠시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집에 갈 생각에 산 다람쥐로 변신한 꽃무니여사

       

옥순봉 산행은 오를 때나 내려갈 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 됩니다.

지칠 때 쯤 나타나는 평지와 내리막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하루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 준비도 없는 저질 체력 부부도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으로 봐서

인정하기 싫지만 옥순봉은 무난한 코스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도 한 번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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