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유난히 차가 막혀 집에 도착하니 오후 11시가 넘었다.
피곤함에 겨워 거실에 들어서자 마자 소파에 털썩 앉았다.
'아악~!'
솔직히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내 몸무게와 앉는 속도 그리고 귀에 들리는 소리를 종합해보면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좀 알고 지내는 그녀의 안경이 소파와 내 몸 사이에서 얕은 신음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으~윽! 나 좀 꺼내봐.'
몸통과 다리는 분리되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편들도 일부 발견되었다.
'이건 계획된 범죄다.'
요 며칠 유난히 '안경 렌즈가 흠집이 많네. 잘 안보이네.안경 한 지 얼마나 됐지?'
이것 저것 물어 보던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당했다.'
그래서 결국 와이프 안경을 새로 맞춰줬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안경테는 스틸러 "플리커"
그리고 안경렌즈는 근시진행을 완화해 주는 기능으로 꼬꼬마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칼자이스의 "마이오비젼"을 사용했습니다.
렌즈 설계하기
좀 잘 아는 여자라고 함부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고객 안경을 만들 때처럼 꼼꼼하게 작업합니다.
스틸러 플리커 X 칼자이스 마이오비젼
근시도수 -1.25 / -1.00
공부를 좀 열심히 했으면 더 나빠졌을 텐 데 중학교 이후로 포기한 덕분에
이 정도로 멈추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렌즈를 스캔하는 장면입니다.
마이오비젼 같은 기능성 렌즈는 가공 완성도에 따라 성능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정확한 조제 가공은 필수 입니다.
성격은 안 좋지만 얼굴은 작습니다.
스틸러 플리커 사이즈가 좀 크다 보니 하마터면 렌즈가 모자랄 뻔 했네요. 휴~!!
녹색 라인이 렌즈 밖으로 나갈 경우 다시 주문해야 합니다.
렌즈 가공을 위해 어댑터를 부착 시킨 모습입니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로봇 팔이 자동으로 부착 시키기 때문에
수전증 혹은 착시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빨리 움직이진 않습니다. 하.하.하.
다른 작업이 진행 중이라 다소곳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좀만 기둘리면 내 곧 그녀의 안경렌즈로 변신 시켜주마'
프레임 정보를 불러 온 화면입니다.
렌즈 종류, 가공형태, 사이즈와 관련된 기타 등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공 전
가공 후
땡그랗던 호빵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21세기 미인형 모양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녀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가공된 렌즈를 안경테에 집어 넣으면 퍼펙트~!!
우리 사이도 저랬으면 좋겠네~@@
나머지 한 쪽도 잘 맞춰서 넣습니다.
테이핑 제거하고 스티커 제거하면 끝~!!
이대로 주면 혼날테니 깔끔하게 청소합니다.
그리고 스튜디오로 데려가 촬영을 합니다.
멀리서 안경을 기다릴 그녀를 위해 정성스레 사진을 찍습니다.
때 빼고 광 내니 좀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녀에게 사진을 전송합니다.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이젠 비닐 봉다리에 담아서 갖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럴려고 했지만 모양은 그럴싸하지만 불편하기 그지없는 오리지널 케이스에 곱게 접어 넣습니다.
뚜껑을 닫습니다.
스틸러 박스에 넣습니다.
그래도 할 껀 다하는 착한 남편입니다.
음..그냥 주긴 뭔가 아쉽습니다.
기념일을 생각해 봅니다.
결혼, 생일....아무것도 없습니다. 줴길...!!
생색 좀 낼까 했는데...그냥 조공으로 바쳐야 겠네요.
이상 '좀 아는 여자 안경만들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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