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경험이 축적되면서
아무 고민 없이 나오는 말과 행동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능수능란'해 보이는 단계입니다.
옆에서 볼 때 쉬워 보이는 이 과정에도
안경사의 고뇌와 갈등이 무수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흔하지 않는 안경을 판매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 안경도수
| SPH | CYL | AXIS |
R |
+5.25 |
|
|
L |
+5.25 |
|
|
보통 +4 디옵터 이상이면 '고도원시'라고 합니다.
다초점 안경을 착용 중인 손님인데 PC용 안경을 추가로 맞추기 위해
가우디안경에 방문하셨습니다.
+7 디옵터 고도원시
멀리 보는 안경도수(원용안경)는 +5.25이지만 PC용(1m용)으로 할 경우
여기에 +1.75 디옵터가 추가 됩니다.
다시 말해 이 손님의 안경 도수는 무려 +7.00 디옵터가 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 이게 어느 정도 도수 인지 감이 안 올 겁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기부터 안경사의 고민도 시작됩니다.
안경테 선택
기본 도수 범위를 벗어나면 소비자들은 최종 결과물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고도 원시는 눈이 상당히 커 보이기 때문에 올빼미 같은 느낌이 들기 쉽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께를 최대한 얇게 만들기 위해
위 아래 비율이 비슷한 (예를 들면 원형)안경테를 추천해야 하는데
소비자가 계속해서 직사각 형태의 안경을 선호할 경우 설득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잘 어울려야 하고, 두께도 얇게 나와야 하고, 눈도 덜 나빠 보여야 하고...
대충 아무 안경이나 추천하는 게 아닙니다.
안경렌즈 선택
소비자가 목적을 정하고 오면 편합니다.
이 손님 같은 경우 중근용 다초점렌즈 일종인 자이스 오피스렌즈를 염두 해 두고 왔기 때문에
상담이 수월했지만 대부분 시력검사와 상담을 통해 필요한 안경렌즈를 추천하고 결정하게 됩니다.
40세 이하인 경우 안경렌즈 추천이 매우 쉽습니다.
하지만 노안이 시작되는 손님들 같은 경우 근용으로 할지, 겸용으로 할지 원용으로 할지
다양한 레퍼토리가 생깁니다.
안경 굴절률 선택
도수를 감안하면 굴절률이 높은 (흔히 말하는 압축을 많이 한) 안경렌즈 (굴절률 1.67)를 추천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도 원시인 경우 수차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나마 수차가 적은 렌즈(굴절률 1.60)를 추천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다초점 렌즈나 오피스 렌즈일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굴절률 1.67(세번압축)과 1.60(두 번 압축)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
광학적인 성능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오로지 두께와 무게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를 만날 경우
행복한안경사는 틀린 선택을 한 게 됩니다.
안경렌즈 주문
어렵게 판매가 이뤄져도 행복한안경사의 고민은 끝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선택한 안경테 정보를 자이스측에 제공해
가장 얇게 만드는 가공을 옵티마 가공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호야는 METS가공이라고 합니다. (관련글 보기)
이때 두께를 좀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자이스 측에서 오차를 감안해
실제 주문 치수보다 조금 크게 렌즈를 제공합니다.
이 부분을 감안해 안경테 크기 입력 시 치수를 줄여 주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가공 시 가장자리가 잘려나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여기서 한참을 고민합니다. 결국 정식 방법을 선택합니다.
친절한 자이스의 오차 방지 시스템
안경 가공
가우디안경원은 최고급 가공 장비 Mr.Blue2.0을 사용합니다.
단순히 물리고 깎는 기존 장비와 달리 가공 옵션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공할 때도 고민의 연속입니다.
두께를 최대한 얇아 보이게 가공할까?
광택을 내서 깔끔하게 만들까?
깔끔한 것보다 광을 없애 눈을 좀 더 편하게 만들까?
수십 가지 고민을 동시에 하면서 안경을 가공하게 됩니다.
'어떤 버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안경 피팅
어렵게 완성 된 안경이 소비자를 만나는 순간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고도 원시 인 경우 눈이 덜 나빠 보이게 하기 위해선
안경을 눈에 최대한 밀착 시켜야 합니다.
만약 일반 안경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다초점과 같은 기능성렌즈는
어느 정도 안경과 눈 사이 공간이 있어야 좀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반응과 평소 습관 등을 고려해 결정합니다.
고도원시 안경을 맞추는 안경사와 소비자가 모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고민은 안경사가 하고
소비자는 이해 한 후 선택하고
결과는 아주 좋게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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