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건은 이틀전 수요일 오후 두시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손님과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 문을 힘차게 열면서 들어온신 50대 중반의 한 아저씨.
"우리 와이프 안왔어??"
마치 오래 된 단골인 양 자연스레 말을 걸더군요.
아저씨도 처음 보는것 같은데 와이프가 기억이 날 리가 없죠..
대답을 얼버무리자..
"왜..기억안나?? 작년에 애들하고 같이 와서 안경하고 갔자나.왜 이렇게 젊은 사람이 기억력이 없어..
우리 딸 들보고 많이 닮았다고 그래놓고.."
사실 손님 얼굴 기억나는 사람도 있고 기억 안나는 사람도 있고..그런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차마 기억이 안난다고 할 수도 없고 급히 화제를 돌렸습니다.
"아~ 사모님하고 여기서 만나기로 하셨나보죠??"
"응..아까 나하고 싸우고서 일단 먼저 가 있는다고 했는데..왜 이렇게 안오는 거지??"
라는 말을 남기고 잠시 사라지더군요..
그리고 한참 만에 다시 오신 아저씨..
"어라~아직도 안왔나 보네..단단히 삐졌나보네..아..바쁜데 이것 큰일 났네.."
"왜 ..사모님은 무슨일로 화나셨는데요??"
손님하고 이런 저런 얘기하는것도 재미있어하는 편이고..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물어봤습니다.
"친구가 가게 하나 개업했는데..그 친구를 아주 싫어해 ..그래도 내가 간다고 하니깐 화 났지 뭐.."
"아..그리고 우리 딸 들도 안경 해야 될 때가 됐는데..내가 담주에 데리고 올께.."
"아..그런가요??" 따님 이름들은 어떻게 되는데요..제가 언제 했는 지 한번 봐 드릴께요.."
아줌마에 대한 기억을 떠 올릴만한 단서를 찾기 위해 딸들의 이름을 물어봤죠..
대단한 아저씨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씀하십니다..
"응 김민경이랑..김민정이야.."
기록을 보니 2004년 마지막으로 방문한 김민경이란 사람이 한명 2005년에 방문한 사람이 한명 이더군요.
"따님 핸드폰번호 뒷자리가 XXXX인가요?? OOOO인가요??"
아저씨 마찬가지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XXXX라고 대답하시더군요..
이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당연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님이 작년에도 왔다 갔다고 했는데..여긴 2004년 기록까지 밖에 없네요.."
"왜?? 기록이 없어..?? 무슨 소리야 작년에도 딸 둘이 같이 했는데.."
"그럼 사모님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와이프는 박순옥이야.."
하지만 손님명단에는 그런 이름이 없더군요.
뭐..간혹 기록을 누락하는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바로 이때...
아저씨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대충 내용이.....
어..00아..벌써도착했어..난..화분이나 하나 사갈까 하고...넌 뭐 샀슴??..그냥 현금으로 준비 했삼??
하긴 경제도 어려운데 이런 불경기엔 현금이 낫겠지?? 얼마했슴??..짜식 많이도 했군..그래 좀 있다보자
와이프 안경해줘야 하는데 안오네..그럼 끊음...이러더군요.
"요즘 같을 때는 아무래도 화분보다..현금이 낫겠지?? ..그나저나 우리 와이프는 왜 이렇게 안와.."
"저..사장님 죄송한데 한 3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요?? 내가 아무래도 와이프 오기전에 가봐야 할것 같은데..
카드만 있고 현금이 하나도 없네..와이프한테 전화해서 안경 할 때 같이 계산하라고 할께.."
정말..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그러면서 바로 와이프 한테 전화..(하는척 일수도..)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제가 안경원 운영하면서 세운 철칙중 하나가
'손님하고 금전거래 절대 금지' 였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하긴 했지만..
정말 거절하기 상당히 어려운 그런 상황을 만들더군요..
암튼 그렇게 거절당한 아저씨..
"뭐..어쩔수 없지 그럼 은행으로 돈찾으러 가야겠네..와이프 오면 급한 일 때문에 먼저 간다고 전해줘요.."
그러고 유유히 사라지시더군요...
물론 박순옥 손님께서는 오시지 않으셨답니다.
그리고 나서 안경사 커뮤니티에 가서 사기꾼으로 검색해 보니 비슷한 수법으로 당한 사람들이 한두명 있더군요.
아주 연기력 만빵이신 그 아저씨..
정말 그정도면 사기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대단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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