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과음을 한 탓일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잠을 깨고 말았다.
대리를 부르려다가 그냥 술집 근처에 두고온 차를 찾아서 출근할지 아니면 퇴근길에 찾을지 고민을 했다.
"그래 하루쯤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간만에 엠피쓰리도 챙겼다.
3년만의 버스 출근이라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버스 노선표도 검색해 보고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남들보다 더 빨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버스가 정차 할 만한 위치를 파악했던 기억
버스요금이 7백원이었던 시절 백원짜리 두개를 잽싸게 집어넣고 마치 500원짜리 두개 집어넣은 냥
당당하게 300원 거슬러 받던 기억.
내 위치의 손님보다 앞좌석의 손님이 먼저 내릴까봐 슬그머니 옆으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던기억..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버스는 출발을 하려하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느라 안내방송을 미쳐 듣지 못한 것이었다.
"아저씨 죄송한데 좀 내릴께요."
다행히 맘씨 좋은 버스기사 아저씨는 바로 문을 열어줬고 남아있던 승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후다닥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기사아저시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뒤돌아 걷는 순간
맞은편에서 급하게 걸어오던 남자랑 부딪히고 말았다.
이런... 남자가 뭐라뭐라 잘 안보인다 그러는것 같은데.. 이어폰을 듣고 있어 잘 듣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부딪히는 바람에 눈에서 렌즈가 떨어져 나간 잘 안보인다고 하는것 같았다.
바로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잠시 앞에 서 있었지만
안경사인 내 경험상 떨어뜨린 렌즈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안한 마음에 렌즈를 해주기 위해 따라 오시라고 했다.
상대방 잘못도 있기는 하지만 내 잘못도 있는 데다가..
물론 공짜로 해줄 생각이기는 하지만 양심이 있다면 다만 얼마라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버스정류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 안경원으로 그 사람을 안내했다.
죄지은 사람 마냥 그냥 얌전히 따라온다. 소심한 사람인 것 같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담하기는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나의 안경원..
"아이닥터 안경원"이다.
시력검사를 하기 위해 검안실로 안내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최첨단 디지털 검안 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렌즈를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꼼꼼하게 시력검사를 해줬다.
점차 그 사람의 얼굴이 밝아진다.
최종적으로 검사를 마무리 하고 시험용 안경테를 쓰고 어지러운 지 괜찮은 지 걸어보라고 했다.
그 사람은 괜찮다고 했고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내가 입고 있는 가운의 주머니 부분을 뚫어져라 한참을 응시했다.
뭐가 묻어있나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그 사람을 보내고 가운을 확인했지만 다행히 아무것도 묻어있지는 않았다.
다만 가운에는 이런 문구가 씌여있었을 뿐이다.
"아이닥터 안경원 행복한 안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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