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요.
'내가 처음 안경사 일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는 브랜드가 뭐가 있을까?'
토탈 브랜드를 제외하고 우리 안경원에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카잘(cazal), 플레어(Flir) 그리고...딱히 없네요.
하나의 브랜드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과
안경사 일을 너무 오래했나?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생각은 끝도 없이 이어지다 갑자기 "마비스" 안경에 가서 머물게 됩니다.
한번 사면 망가지지 않아서 망했다는 전설의 독일 안경테.
당시 돈 좀 있는 사장님들이라면 시계는 롤렉스, 안경은 마비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었죠.
그런데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초꼬마 안경사 시절이라 제품에 대한 정보, 수입, 유통 등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네요.
인기도 많고 품질도 좋고 소문도 괜찮은 브랜드가 한 순간 날아가 버리다니...
제품이 워낙 튼튼해 물건 회전이 되지 않아서 망했다는 소문이 진짜가 아닐까...
갑자기 궁금해졌네요.
마비츠안경이 정말 망해서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한국에서 관심이 없어진 것인지..
구글의 힘을 빌어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비츠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다만 그 이름이 안드리안 마비츠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안드리안 마비츠?
이 이름을 알려면 다른 두 명의 마비츠를 우선 알아야 합니다.
안드리안 마비츠의 할아버지
1919년 ...우리나라에서 3.1 운동이 있었던 해에
그의 파트너와 함께 슈트트가르트 인근에서 마비츠& 하우스를 만들어 안경을 생산하기 시작.
파란만장한 시대를 잘 넘긴 회사는 1950년대 칼자이스가 인수.
칼자이스는 재 작년까지 마비츠(MARWITZ)라는 브랜드를 보유하게 됨.
현재는 손자인 아드리안 마비츠에게 양도 되었다고 함.
한국에 들어온 마비츠 안경테는 모두 칼자이스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추측.
안드리안 마비츠의 아버지
잘나가던 회사를 자이스에 넘겨버린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는지 자랑스러웠는지
알 수 없지만 남 밑에서 일하기 싫었는지 1970년대 Marwitz Conquistador , Marwitz라는 회사를 설립.
현재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고 함.
음, 이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것 같은 느낌이...
올리버피플스의 창립자 래리 라이트가 룩소티카에 자신의 회사를 넘기고
그의 아들 개럿라이트가 'GLCO' 를 만든 것과 내용이 비슷!
이렇게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를 거쳐 현재는 안드리안 마비츠가 그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입니다.
1919년 처음 생산된 제품을 리메이크한 시리즈를 작년에 출시했다고 하는 게 이리저리 찾아 본
정보의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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