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르노안경' 이지만 이러면 곤란합니다.

손님이 르노안경을 가지고 왔습니다.

어버지가 쓰던 안경인데 물려 받았다고 했나 ? 뺏었다고 했나?

하하...농담입니다.

암튼 예쁜 르노 뿔테 안경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이 없습니다.

데모 렌즈가 없습니다.

하지만 안경 상태를 보니 달라질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데모 렌즈가 있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우선 좌우가 모양이 다르고 사이즈도 달라 보입니다.

아마 처음으로 안경을 만든 곳에서 안경테의 좌우 차이를 그대로 반영해 

안경을 만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안경은 좌우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완벽한 좌우 대칭을 기본으로 설계를 하고 제작을 합니다.

하지만 유통 과정이나 제작 과정 중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안경사는 그 변형된 상태 그대로 안경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이 가져온 안경도 그렇게 만든 안경이라는 걸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안경테를 스캔 합니다.

△ 오른쪽 : 가로 사이즈 48.2 세로 사이즈 38.8

△ 왼쪽 : 가로 사이즈 48.5 세로 사이즈 39.2

모양도 다르지만 크기도 차이가 심한 편입니다.

   

간단하게 렌즈만 가공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안경 상태를 보니 쉽게 끝날 일이 아닙니다.

1. 좌우 모양이 다름.

2. 안경테가 뒤집어져 있음.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대로 한쪽 모양만 스캔 한 후 반대쪽은 반전 가공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로 안경 렌즈가 크게 가공된 상태에서 렌즈를  넣을 때 발생합니다.

프레임에 열을 가해 억지로 집어 넣다 보면 프레임이 뒤집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결 방법은 안경테에 열을 가해 손으로 모양을 잡은 후 고정 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수 있기 때문에 시도는 거의 안 합니다.

모양을 정확하게 잡는 것도 힘들지만 남의 비싼 안경을 잘못하면 망가뜨릴 수 있는데 

누가 그걸 하겠어요. 

행복한안경사 빼고...

테에 열을 가해 모양을 잡아 봅니다.

좌우 대칭을 맞추는 일은 일찌감치 포기합니다.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고 이 단계에서는 건너 뜁니다.

모양이 잡히면 이제부터 안경사의 상상력을 발휘할 차례입니다.

'원래 오리지널 모양을 어땠을까?'

상상이 되지 않으면 검색하면 됩니다.

우리에겐 구글이 있습니다.

lunor 231로 검색해 양호한 사진 몇 장을 뽑아 꼼꼼히 살펴봅니다.

그리고 모양을 새롭게 디자인합니다.

△ 인터넷 검색과 행복한안경사의 상상력으로 만든 디자인

그렇습니다. 엄청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만들고 있습니다.

아마 그 상태 그대로 작업해서 마무리해도 손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무겁고 찝찝하고 그랬겠지요.

최종 작업 전 새로 만든 디자인이 안경과 잘 어울리는지 모양에 변화는 끼치지 않는지

테스트 해야 합니다.

못쓰는 폐렌즈를 사용해 사전 가공합니다.

맘에 듭니다. 이젠 본격적으로 렌즈를 가공할 차례입니다.

 

사용한 안경렌즈는 자이스 구면 1.60DP코팅 렌즈 입니다.

비구면 렌즈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뿔테안경과 비구면 렌즈는 궁합이 좋지 못합니다.

난시 양이 많지 않으면 구면으로 가는 게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최종 결과물

손님도 만족하고 행복한안경사도 만족한 르노안경 작업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