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자국이 남는 게 싫어 가메만넨 새들노즈 타입 안경으로 바꾼 지 일 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하지만 콧날에서 콧등으로 위치만 바뀌었을 뿐 코에 자국은 여전히 납니다.
그래도 깔끔해 보여서 만족합니다.
다음에도 바꾸게 된다면 코받침 없는 안경으로 할 것 같네요.
오늘 이야기는 코받침이 주제가 아닙니다.
새들노즈 타입 안경이든 어떤 안경이든 사용하다 보면 조금씩 변형이 생겨
흘러내리게 됩니다.
'흘러내리지 않는 안경은 순간이고 흘러내림은 영원하다' 가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튼,
꾸준한 안경의 흘러내림은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 착용으로 더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리 피팅하고 저리 피팅해도 그 순간만 개선 될 뿐 여전히 불편하더군요.
조금만 타이트하게 조정하면 귓등이 떨어져 나갈 것 같고 조금 편하게 쓰면 줄줄줄 흘러내리고...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게으름이 폭발한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반 쯤 흘러내린 안경을 쓴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는데 안경을 올려 쓰는 것조차 귀찮았습니다.
안경테가 시야에 걸렸지만 귀찮은 탓에 눈을 좀 더 크게 뜨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순간
평소와 다른 일이 발생했습니다.
기분 탓인지 눈을 크게 뜨면서 얼굴 근육이 움직인 것인지
안경이 좀 더 얼굴에 밀착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건 뭐지?'
방금의 그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방금 그 느낌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기분 탓인가?'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또 다시 안경이 흘러내렸습니다.
'아 귀찮아' 하고 안경에 감각을 집중하는 순간 안경이 '움찔'하고 움직이더군요.
그때 그 느낌입니다.
'어? 혹시 귀가 움직이는 건가?'
방금 전 얼굴에 적용한 감각을 곰곰이 되새겨 다시 한번 도전합니다.
반응이 없습니다.
'응, 안되는구나.'
4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꿈쩍 않던 귀가 움직인다는 것도 웃긴 일이지요.
한번만 더 해보고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주 미세하게 귀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라? 움직인 것 같은데?'
그렇게 가능성만 보고 그날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일은 그 날 이후로 생겼습니다.
한번 움직였다는 것을 확인한 후 횟수가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거울로 귀를 보면서 일부러 움직이려고 하면 꿈쩍도 않지만
안경이 흘러내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면 안경이 꿈틀 거리더군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젠 손가락 만큼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귀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안경이 흘러내리면 손대지 않고 귀를 움직이는 것 만으로 안경을 들어 올릴 수 있고
그 상태로 고정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나중에는 귀로 블로그를 작성할 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움직임은 5mm 이내겠지만 그 정도로도 흘러내리는 불편함은 상당히 많이 해결 되었습니다.
만세!
안경 흘러내림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면 저의 이 능력을 전수해 주고 싶네요.
하지만 아시죠?
이게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아마 하늘에서 뚝 하고 던져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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