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서울로 출 퇴근 한지 벌써 3년이나 지났네요.
한 귀로 흘려버리던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교통 상황에 귀 기울이고
특별한 날에만 가는 줄 알았던 63 빌딩을 무심한 듯 매일 스치듯 지나다니고,
조명이 켜진 국회 의사당을 보면서 퇴근 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시청 쪽으로 가면 길 잃어 버려 네비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안경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촌이나 홍대도 적응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서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3년 서울 생활을 종합해 보면 남태령 고개와 비슷합니다.
집에서 출발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를 타게 됩니다.
신호가 하나 있지만 타이밍만 잘 맞으면 한번도 쉬지 않고 남태령 고개까지 15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작은 터널을 지나 살짝 가파른 경사 길을 조금만 오르면 남태령 고개 꼭대기에 오르게 되고
눈 앞에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서울에 로그인 합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아침 기운과 스모그가 뒤섞인 희뿌연 하늘.
러시안 룰렛을 방불케 하는 끼어드는 자동차와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기 위해 닿을 듯 말듯 길게 늘어선 도로의 점령자들.
출처 : http://campus.albion.edu
오션월드의 익스트림 리버에 둥둥 떠다니는 튜브처럼 천천히 혹은 맹렬히 흐름에
차를 맡기다 보면 어느새 도착하는 사당역.
'이제 한숨 좀 돌리나 보다' 싶은 순간
'비상깜빡이'를 '방향지시등' 삼아 꾸불꾸불 뱀처럼 기어 들어오는 버스들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모든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나면 간신히 이수역 사거리에 도착.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행복한 안경사의 서울이 시작됩니다.
숨 가쁜 퇴근 시간의 행렬이 서서히 잦아들 때 행복한 안경사의 퇴근은 시작됩니다.
하늘의 별 대신 여의도 쪽 높은 건물들의 LED 불빛을 곁에 두고
강변북로를 타고 동작대교를 건너 갑니다.
몇 번의 끼어들기와 가다서다를 반복하면 어느새 사당역.
명절 지내고 다들 집으로 돌아간 큰집 마냥 한가해진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더 가면
또 다시 남태령 고개에 도착합니다.
남태령 고개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해외여행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보는
착륙 직전 공항과 비슷합니다.
활주로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처럼 가로등과 자동차 불빛이 길게 늘어져 있어
경사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출처:https://miraischop.com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고 설레임 만큼 불안함을 갖고 다녔던 해외여행의 피로감이
한 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작은 터널을 지나 고속도로에 무사히 들어서면
행복한 안경사도 서울에서 로그아웃하게 됩니다.
항상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익숙하면서도 낯 설고 치열하지만 여유로운 3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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