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심한 사람입니다.
제가 얼마나 소심한지 다음 이야기를 읽어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혼자가면 주로 식당에 비치되어 있는 신문을 읽으며 음식 나오길 기다립니다.
만두국을 시켰더니 단무지를 미리 주더군요.
신문을 읽다가 무심결에 단무지에 식초를 뿌려야 하는데 간장을 붓고 말았습니다.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노란 단무지는 검은 단무지가 되었고 검게 물들어가는 단무지를 보면서
나의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 가더군요.
"아줌마 제가 실수로 간장을 부었는데 단무지 좀 바꿔 주세요." 라고 하거나...
그냥 그렇게 된 것 단무지 먹지말고 내버려 두면 되는데..
남들이 지나가다 검게 변한 단무지를 보고 뭐라 할까봐..
식당 아주머니가 음식에 장난 친다고 짜증 낼까봐..
검은 간장을 지워내기 위해 그 위에다 다시 식초를 붓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예상 시나리오는 단무지에 묻는 간장이 식초에 씻겨나가 다시 노란 얼굴을 빼꼼히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간장을 품은 단무지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검게 변한 양만 더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간장 한 방울을 분해하려면 정수기 생수통 하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ㅎㅎㅎ
아무튼 일이 더 커졌습니다.
주인 아줌마가 만두국을 가져오다가 검게 변한 국물위에 둥둥 떠있는 단무지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설사 그 순간 못 본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고 난 다음..
처음보는 간장 식초 단무지를 보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 식당 주인 아줌마는 저희 안경원 고객이었습니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음식이 나와서 아주머니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저에게로 다가오더군요.
그 순간 읽고 있던 신문으로 단무지를 살짝 덮었습니다.
다행히(??) 아주머니가 못 보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이었습니다.
이미 만두국을 맛있게 먹어야 겠다는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간 상태고
간장식초 단무지를 어떻게 처리 할지에 대한 고민만 가득했습니다.
'냅킨에 싸서 안경원까지 가지고 가서 버릴까??'
'먹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척하고 바닥에 떨어진 단무지를 발로 몰래 차서 다른 식탁 밑에까지 보내 버릴까??' ㅎㅎ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드디어 굳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그게 뭐라고 굳은 결심까지..^^;)
참고로 그 결심으로 인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두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저라면 어떤 방법을 선택 하시겠습니까?
정말 고민되지 않나요?? ㅎㅎ 나만 고민되나?? ㅡㅡa
저의 결심은 "일단 만두국에 쏟아붓자" 였습니다.
단무지 특유의 맛과, 간장 특유의 짭조롬한 맛..그리고 식초의 시큼한 맛이 거의 같은 비율로 섞인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두국위에 토핑으로 얹어서 그냥 한번에 먹어버리자고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맛이 어땠냐구요?? 다 먹었냐구요??
아.묻지 마세요..야밤에 오바이트 쏠립니다. 저 위에 써 놓은 글 다시 보세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두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잖아요...ㅠㅠ
단무지 위에 간장 몇 방울 떨어 뜨린게 저의 소심함으로 인해 이런 엄청난 결과가 나오다니
정말 저의 소심함은 대단한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이런 우주최강의소심함은 다행히 소비자를 상대할 때는 "세심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내가 권해 준 안경이 맘에 안들면 어쩌지?
이게 최선의 선택일까?
빼놓고 설명 안 해준게 있으면 어쩌지?
나의 말 한마디에 혹시라도 손님이 기분 상해 하지 않을까?
손님에게 맞지 않는 가격대의 제품으로 권해 준 것은 아닐까?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일리스베넌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소심한 사람이 빨리 성공한다"라는 책에서 보면
소심함의 가장 큰 장점은 "디테일" 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네요.ㅎㅎ
그렇다고 하면 저도 안경사로 빨리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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