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의 잘못된 선택이 도수교정 선글라스에 미치는 영향

어쩌면 비가 왔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며칠동안 손님이 없어 잠시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손님이 맡긴 구찌 선글라스

서울에서 누진다초점 안경을 맞추기 위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7.00 디옵터 이상. 쉽게 말해 눈이 매우 나쁜 고도근시 손님 이었습니다. 여차저차 해서 누진다초점 안경은 무사히 판매가 되었습니다. 그냥 가기 아쉬웠던 걸까요??  지금 갖고 있는 선글라스가 하나 있는데 좀 봐달라고 하더군요. 기꺼이 승낙했습니다.  손님은 조심스레 선글라스 하나를 내어 놓더군요. 적어도 최근에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구찌 선글라스더군요.

쩍벌남 구찌 선글라스

도수가 높을수록 안경렌즈는 평평해지게 됩니다.
두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안경렌즈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도수가 높은 경우 아무 선글라스나 권할 수도 없도 권해서도 안됩니다.
분명 그날 비가 왔거나 매출이 별로 좋지않은 날들이 이어졌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정도 도수를 갖고 있는 손님에게 이런 선글라스를 감히 추천하지 않았겠지요.
고도수안경렌즈와 커브가 심한 이탈리아산 선글라스는 기이한 모양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감이 오시나요?? 

나름 크기에 있어서는 다른 선글라스에 뒤지지 않는 레이벤 라지 메탈과 크기 비교입니다..ㅡㅡ;;




해결방법은 있을까??

일반적으로 안경이나 선글라스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수정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둡니다.
사람들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다 보니 당연히 그런 여지를 남겨줘야겠지요.
하지만 선글라스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디자인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에만
신경 쓸뿐 도수교정이나 피팅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이놈의 구찌 선글라스도 콧대 높은 이탈리아산 답게 피팅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더군요. 망할!!

보통은 전면 프레임과 다리부분이 만나는 곳에 힌지라고 하는 부위가 있어 그 부위를 조정하게 됩니다만
이 선글라스는 그 부위가 전혀 없네요.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힌지라고 하는 부위입니다.



실마리를 찾다 !

잔머리 굴리는 일이 취미이다 보니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 봅니다.
간혹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가끔은 시도하지 않은것만 못하기도 하지만
어쨋든 약간의 희망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손님과의 협상이 남았습니다.

"손님 어짜피 이 상태라면 버리는 것 만 못하니 한번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머리속에 있는 구상이라 실제로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맡겨보시겠습니까??"

손님은 흔쾌히 "콜~" 을 외치셨습니다.

행복한 안경사의 최종 목표

안경다리를 최대한 펼쳤을 때 위와 같은 모양이 나오기.



안경 전문가

일반 소비자와 전문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는 지식과 경험으로 소비자가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할 경우 제대로 잡아주고.
가끔은 강하게 "NO!" 라고 말할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거부하면 다른 곳으로 그냥 갈까봐 무조건 "예스" 한다면 안경전문가가 아니라
면세점 선글라스 코너에 서있는 판매사원 밖에 되질 않습니다.
안경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이 쩍벌남 구찌 선글라스의 수리기는 다음 글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