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안경사의 창작공방

<충격실화> 아내가 아파트 19층에서 내 지갑을 던졌습니다.

행복한안경사 201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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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안경사
1996년 안경사 면허 취득후 오늘까지 일 동안 꾸준히 안경사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12,000일 채우고 은퇴할 생각이니 그날까지 안경원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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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얘기입니다. 지난 여름 무더운 어느 날 벌어진 사건입니다.


오랫만에 친구들과 당구 약속이 잡혔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퇴근시간이 이르기에 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출발하려던 찰라, 지갑을 놔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집은 19층... 올라갔다 내려 올 생각을 하니 눈앞의 당구공이 아른거립니다.



이때 정말 기막힌 생각이 '팍'하고 떠 올랐습니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 가끔 지갑을 두고 나올때 창밖으로 지갑을 던져주면 받던 기억에
재빨리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어..난데 지갑을 두고 나왔네..미안한데 아래로 좀 던져주라..내가 받을께.."
19층이긴 하지만 뭐 별일이 있으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뭐든 계획에는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복병은 바로 "아내의 겁" 다시 말하자면  '고소 공포증' 이었습니다.

"아..싫어.  올라와서 가져가 무섭단 말이야.."

하지만 이미 던져진 지갑을 멋있게 받을 생각만 머리속에 있던 나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너무 늦어서 그래..내일 맛있는것 사줄께..그냥 지갑만 떨어뜨려 내가 아래서 받으면 되니깐.."

나의 간곡한 청에 결국 아내는 베란다문을 빼꼼히 열고 한쪽 팔만 빼쭉히 내밀어 지갑을 떨어뜨릴 자세를 취하더군요.

"그냥 놓으면 돼?? 지금 밑에 있어 ? 내 팔 보여??"

저 높이 지갑과 한쪽 팔이 조그맣게 보이더군요.

"엉 보여.. 이젠 던져.."

그 순간 갑자기 각 베란다마다 설치되어 있는 화분 받침대가 보이더군요.

"어..그냥 놓지말고..좀 던져야 돼.." 라고 말하는 순간...

그 보다 좀 더 빨리 아내가 '툭' 하고 손에서 지갑을 놔 주더군요..

"으..응..뭐라고?? 못 들었어 다시말해봐.."

"응.. 아..아냐 됐어..고마워."

천만다행으로 18층 화분 받침대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마터면 2년 동안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래층 사람 얼굴 볼 뻔했네요..^^;;

"저기 베란다에 제 지갑 좀.."  아...이게 얼마나  망신입니까..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합니다..
5분 정도의 시간 투자가 아까워 상상초월한 행동을 한 댓가가 얼마나 혹독했는지..ㅠㅠ
이제부터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화분 받침대에 부딪힌 지갑은 너무 아팠던 걸까요?? 아니면 높으곳에서 떨어진 경험이 없어 비명을 지른 걸까요??
입을 쫙 벌리고 그안에 있던 종이들을 토해 내기 시작합니다.

평소 주유한 영수증을 지갑에 넣어두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종이들의 정체가 영수증 일 것이라
믿었습니다..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토해진 종이들에 비해 훨씬 빨리  저에게 도착한 지갑을 열어보는 순간...
다들 예상한 것처럼...그것은 그것은..한석규 형님 (뿌리깊은 나무 참조) 이었습니다..

총 7명의 한석규 형님이 저기 하늘 위에서 둥둥 떠 다니고 있었습니다.

지구과학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여름에 뜨거워진 대지는 밤 되면 식으면서 상승기류를 만들어 낸다.(맞나??)

그 당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 얘기가 떨어질 생각을 전혀하지 않는 종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머리속에서 팍팍 이해가 되더군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중고생들 다 나오라고 해서 한번 보라고 할려다가 참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좌우로 부는 바람은 별로 없었던지 멀리 흩날리지는 않더군요.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 같단 생각을 하는 순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4장 3장으로 나눠지더니 간격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으악~ 안돼..'

그 중 3장은 상승기류를 강하게 받았던지 아파트 옥상위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총 20층 아파트) 
 
4장은 약간씩 내려오고 있는데 아파트 반대편으로 넘어가 버린 3명의 석규형님의 행적을 쫓아야 할지
포기해 버리고 나머지 4장이라도 건져야 할지 인생 최대의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4장이라도 건지자.

TV에 만원짜리 비가 내렸다는 보도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그 3명의 석규형님은 아마도 갈갈이 찢겨지고 더러워진 모습으로
우리아파트 어느곳에 숨어계실지도....

암튼 4장이라도 건질려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안내려 오더군요..
심심하신 분들은 만원짜리 몇 장  던져 보세요. 정말 안내려 온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 와중에 웃긴 건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다가 멀리서 누군가라도 오면 그 사람이 관심갖고 쳐다볼까봐..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땅바닥을 보고 있었다는 것. 정말..사람이 비참해 지더군요..ㅠㅠ

돈이 6층쯤 도착했을 때..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무슨 선거철도 아니고 변화의 바람이람..ㅠㅠ
잘 내려오던 돈들이 다시 상승기류를 타더니 점점 아파트 울타리 밖으로 나가더군요..

'으악~안돼..(두번째)'

울타리 밖은 차들이 씽씽다니지는 않지만 차도와 함께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길가였기에
돈도 돈이지만  돈을 쫒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야 하는 쪽팔림을 무릅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얼굴팔림은 순간이니깐..그리고 밤이라 ..그리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상관없었지만
출구와 반대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는 돈의 행방을 쫒으려면 재빨리 움직여야 했습니다.

바람같이 달려 돈이 날아간 방향으로 뛰어갔건만....그랬건만...
아쉽게도 석규형님의 행방은 어느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실종된 세종을 찾는 무휼의 마음이 이랬을까요??
허전하고 억울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되고...한참을 아이 잃어버린 엄마 마냥 돈을 찾아 헤매고 다녔습니다.

 혹시라도 땅에 떨어진 돈을 주운 사람을 없을까? 사람들의 행동도 눈여겨 보면서 한참을 헤매다...
정말 다행으로 한장을 찾았습니다. 아..이건 다행이 아니지..ㅠㅠ

결국 자동차 타이어 자국이 세겨진 만원짜리 한장 찾아서 약속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이미 20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자... 그럼 총 결산 해 볼까요??

지갑에 든 총액 : 7만원

지갑에서 빠져 나간 돈 : 7만원

회수한 돈 : 만원

총 6만원 손해...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끝이 아니랍니다.

20분간 여기저기 헤매고 다닌 덕분에 바닥난 체력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로 당구 게임시 4만원 잃음
5만원 현금인출하는데 들어간 비용 천 얼마..

다음날 지갑 던져준 와이프에게 조공 : 이만원

오랜시간 하늘을 바라보다 생긴 목결림에 사용한 파스값 몇 천원


대략 12만 얼마를 날려버렸네요..


아...5분 시간 절약 하려다가 5분만에 12만원을 날려버렸던 어처구니 없는 충격 실화 였습니다. 

절대로 아파트 19층에서 지갑을 던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추신 : 여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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