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안경 마니아들의 성지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어디선가 구해온 오래된 안경을 가지고 오십니다.
이번엔 빈티지 무테안경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제대로 들여다 보기 전 그저 그런 무테안경인 줄 알았습니다.
어휴 대체 과거의 이 무테안경 디자이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든 건지
찾아가서 한대 때려주고 싶더군요.
이 사진만 보고 행복한 안경사가 왜 난폭한 안경사가 될 뻔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당신은 "안경 고수"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무테안경의 가장 큰 문제는 "ㄷ" 모양의 렌즈 고정부입니다.
안경렌즈는 도수에 따라 렌즈 두께가 제각각입니다.
근데 이 무테안경은 세상 모든 안경렌즈 두께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가정하에서 만들었네요.
예를 들어 위 사진처럼 렌즈 두께가 얇으면 허당이 되고요.
두꺼우면 아예 작업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허허허!!!
다행히 의뢰한 분의 안경도수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회로를 가동시킨 후 작업을 시작합니다.
구멍 위치를 설정하고 못 쓰는 렌즈를 이용해 테스트 가공을 합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확한 값을 찾아갑니다.
이번 무테안경은 난이도가 높아 3번의 테스트가 실행되었네요.
이제 본 게임에 돌입합니다.
무테안경에 사용된 렌즈는 자이스 클리어뷰 1.60입니다.
두께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선택한 렌즈입니다.
다행히 가우디안경원에서 사용하는 Mr.Blue 가공장비는 렌즈 커팅 전 렌즈 두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두꺼운 위치가 2.66mm라 어찌 됐든 작업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얇은 쪽 두께가 애매하네요. 뭔가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멍 위치는 완벽하네요. 조금의 흔들림도 없고 과하지도 않습니다.
예상한 대로 두께가 문제입니다.
렌즈가 너무 얇아 빈 공간이 생각보다 큽니다. 그대로 조립할 경우 테에 부담이 됩니다.
수술해야 합니다.
전동드릴을 사용해 구멍 크기를 넓혀 줍니다.
T 패킹을 넣어 빈 공간을 채워줍니다.
적당한 두께가 되었네요. 이젠 조립하면 끝!!
코 쪽 나사 조립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네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남들이 사용했던 안경입니다.
테를 유심히 관찰해 보면 안경이 어떤 안경사의 손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고난과 역경을 견뎠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안경렌즈와 맞닿는 지지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다는 것은
안경렌즈에 구멍을 뚫을 때 발생한 오차를 최대한 극복해 보고 싶은 안경사의 고뇌의 흔적입니다.
문제는 안경테가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다 보면 테 상태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재수 없으면 폭탄 돌리기의 주인공이 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들지 않습니다.
대신 빈 공간이 발생하면 금속을 매우 얇게 다듬어 채워 넣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존재하는 지지대입니다.
이 과정을 3번 더 반복하면 무테안경은 완성됩니다.
작업이 끝났다 싶었는데 마지막 마무리 단계인 너트를 조이는 순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갑니다.
다른 폭탄은 모두 피했는데 전문용어로 "나사 빠가"난 것은 피하지 못했네요.
결국 볼트와 너트를 세트로 교체해야 하는데 과거의 기술로 만든 부속이라 요즘 부속과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행복한안경사의 보물창고를 간만에 열어 겨우 찾았네요. 휴~
너무너무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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