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포기한 난이도 높은 테오안경 만들기

간혹 안경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손님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님이 아니라 안경이 있습니다.

원주에 거주 하는 손님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테오 안경(Theo) 이 있는데 여러 안경원에서 모두 작업이 안된다고 합니다.

혹시 작업이 가능할까요?"

작업이 어려운 제품은 있어도 안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궁금하더군요.

"직접 봐야 판단할 수 있으니 시간 되실 때 방문해 주세요."

그리고 다음날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가져온 테오 안경을 보니 왜 다른 안경원에서 포기했는지 바로 답이 나오더군요.

문제의 그 테오안경입니다.
벨기에 아이웨어 브랜드 입니다.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경을 직접 보니 왜 모두들 작업을 포기 했는지 바로 답이 나오더군요.

1. 역산각 안경입니다.

2. 탄성이 적은 소재입니다.

이 두 가지 이유보다 더 큰 문제는 잠시 후 알려드리겠습니다.

반무테 처럼 렌즈에 홈을 파서 끼워 넣는 방식을 역산각 방식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 가공되지 않으면 장착이 불가능하거나 빈공간이 생길 여지가 많습니다.

 

안경 상단부 역산각의 라인의 곡률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탄성이 적은 소재라 라인의 곡률과 렌즈의 곡률이 일치하지 않으면 작업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데모 렌즈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리지널 데모렌즈를 기준으로 만들어도 쉽지 않은 작업인데 그마저도 없으니 

안경원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작업입니다.

'데모 렌즈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작업의 가능 여부는 여기서 결정됩니다. 

머리를 굴려 봅니다.

1. 대략 비슷한 디자인의 안경테를 선택한다.

2. 못쓰는 안경렌즈를 이용해 가공한다.

3. 어긋나는 부분을 다듬는다.

4. 다듬은 렌즈를 이용해 다시 가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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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때까지 반복...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 것 같긴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주에서 일부러 찾아온 손님에게 안된다는 말은 하기 싫습니다.

 

작업 과정

데모렌즈를 어떻게 만들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사진을 찍습니다.

포토샵으로 불러옵니다.

펜툴을 이용해 스케치합니다.

프린트한 종이를 이용해 형판을 제작합니다.

형판을 이용해 렌즈를 가공합니다.

대박! 한방에 거의 흠잡을 곳 없이 데모렌즈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상단부에 살짝 빈 공간이 생겼네요.

바로 수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오른쪽 렌즈가 완성되었습니다.

대부분 안경은 좌우 대칭이라  오른쪽 데이터를 반전 시켜 만들면 왼쪽은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듭니다.

안경을 자세히 보니 좌우 모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QC문제 인 줄 알았는데 의도적으로 좌우 모양을 다르게 디자인한 비대칭형 안경입니다.

아~ 망했습니다. 후딱 작업하고 퇴근 하려고 했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다행히 Mr.Blue 가공장비에는 특정 부위만 모양을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을 활용해 좌측에 맞게 디자인을 변경합니다.

 시행 착오를 겪은 폐 렌즈들 입니다. 왼쪽 작업은 이후에도 두 번 더 시도 했습니다.

불굴의 행복한안경사. 드디어 왼쪽 렌즈도 완벽하게 성공합니다. ㅠㅠ 

모두가 포기했던 테오안경. 좌 우 모두 빈틈없이 깔끔하게 가공되었습니다.

고생을 했지만 괜찮습니다.

고객과의 교감으로 제 노력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