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살고 있지 않지만
3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오래된 주택에서 살았더랬습니다.
정말 오래된 주택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비오면 물새고
항상 눅눅하고 습한 집이었지요.
그 집에는 우리식구말고 또 다른 군식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우리는 바퀴벌레라고 불렀습니다.
첨에는 조금만 바스락거리고 움직이는 낌새만 보여도 옴짝달싹 못했는데..
오랜 시간 같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그들의 습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밤에 집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불을 켜면
순간 움직임을 멈추는 것입니다...(움직이는것보다는 가만히 있는게 들킬 위험이 적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거지요.)
그래서 항상 방에 들어가서 불을 켜자마자 순간 방을 한바퀴 휙 둘러보는 습관이 생기기까지 했지요.
그 날도 역시 불을 켜자 마자 휙~둘러봤는데..창틀 주변에 바퀴벌레 한마리가 얌전히 숨죽이고 있더군요.
보통 때 같으면 파리채나 공책 같은 것으로 둘둘 말아 한방에 보내 버렸겠지만...그날 따라 그러고 싶지 않더군요.
어떻게 죽여야 친구들이 두번 다시 내방에 나타나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책상위에 올려논 빈 필름통을 보게 되었지요...
아..저거다..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죽은 채 가만히 움직임이 없는 바퀴벌레를 필름통속에 집어 넣고 뚜껑을 닫아 버렸지요..
발버둥치는 동료의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고 있을 다른 바퀴벌레들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해 여름은 무지 더웠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강한 빗줄기...
그런 여름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계절이지요..
하지만 그런 여름도 이렇게 저렇게 지나고 만물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가을이 오더군요.
간만에 여자친구(지금은 와이프)와 놀러가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새로 장만한 디지탈 카메라도 꺼내고..삼각대도 꺼내고..
즐거운 마음에 내내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놀러가기로 약속한 날 마지막으로 점검을 해 봅니다.
선글라스..ok
자동차키..ok
카메라..ok
삼각대..ok
카메라배터리....
이런..저런...오늘을 위해 새로 장만한 디카의 배터리가 한칸만을 남겨둔 채 숨을 헐떡거리고 있더군요..
다시 충전하기는 늦었고..그냥 필름 카메라를 하나 더 갖고 가기로 합니다.
언제나 든든히 옆에서 날 지켜주는 필름 카메라..정말 소중한 카메라 입니다.
근데 필름이 몇방 남지 않았더군요. 24방짜리인데..11방 찍었으니...
두통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뒀더라?? 저번에 다섯통 산게 아직 남아있을텐데....'
'앗..저기있다....' 마침 책상위에 필름통이 보이더군요..
벌크제품이라 흑백인지 칼라인지 확인하기 위해 필름통을 확인하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푸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안을 가득 메우는 내 평생 최고의 악취.
바로 그 악취는 더운 여름 햇빛과 강한 비로 인한 습기를 한달간 로테이션으로 받아들이신...
어느날 불행하게 생포 된 바퀴벌레가 부패되면서 생긴 악취 였습니다.
결국 온몸에 뒤집어 쓴 악취를 제거하지 못하고 그날 여행은 취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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