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두 번의 수능을 치룬 수능 1세대. 행복한 안경사.
그는 어떻게 안경사가 되었나?
1993년 8월 1차 수능을 본 후 공부에 대한 애정이 떨어졌다.
사실 애당초 애정 따위도 없었다.
그렇게 반 백수 상태로 11월 2차 수능을 봤고 둘 중 더 좋은 결과물을 갖고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바보 어밴져스' 솔비에 버금가는 찍기 신공을 갖고 있는 덕에 수능 점수는 그럭저럭 나왔지만
대학 가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렇게 4년제 전 후기를 모두 포기하고 '철도 전문대나 한번 가볼까' 하던 차에
친한 친구가 맛있는 것 사줄 테니 보건대 원서 넣는데 같이 가자는 꼬임에 넘어갔고
마침 집과 그리 멀지 않던 곳이라 졸래 졸래 따라가게 되었다.
처음 가 본 대학은 고등학교와 달랐다.
남 중, 남 고를 나온 덕에 비슷한 또래 여성을 접할 기회가 없는 나에게
각 학과 별로 상담을 하고 있던 여대생 누나들은
'대학도 다닐 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심어줬고
내 수능 점수를 갖고 '이 정도면 안경광학과 가도 되겠네.' 라는 말 한마디에
내 인생은 결정되고 말았다.
"이따위 점수로 여길 오시겠다구요?"
20년의 안경사 인생이 학과 교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온 20살 여자에 의해
결정되었다니...
인생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더 웃긴 건
집안 식구 모두 눈이 좋아 안경원은 근처도 못 가봤고
안경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원서 낼 돈을 갖고 가지 않아 친구한테 빌렸는데
친구가 돈이 없었으면 그냥 포기했을지도...
그럼 뭐가 되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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