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경사님들은 저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제가 안경사가 아니었다면 여러분을 엄청 괴롭혔을 거예요.
듣도 보도 못한 진상으로 제 담당 안경사 샘은 아마 스트레스로 은퇴했을지도 몰라요.
글은 이렇게 쓰지만 세상 누구보다 소심한 성격이라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을 거라는 게
와이프 발 정설입니다.
안경을 뿔테로 바꾸고 몇 달째 개고생 하던 중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행복한 안경사의 안경을 갈아엎었습니다.
가메만넨 새들노즈 타입 착용하다 아이반7285 뿔테로 안경을 바꾼 후
티타늄 코패드의 미끄러짐을 견디지 못하고 대수술 끝에 실리콘 패드로 교체했지만
결국 그마저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끄집어내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코받침 작업을 하게 되었네요.
제발 여기가 종착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글 :[안경작업후기] - 최고급 사양의 호야 누진다초점렌즈 만족할 수 있을까?
위의 작업이 3월 21일이었으니 거의 세 달 쓰고 이번엔 완전히 다른 코받침으로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아마 대한민국 안경사에서 첫 번째 작업이 아닐까 싶네요.
어떤 작업인지 구경해 보세요.
거의 세 달을 이 코받침으로 버텨 왔지만 접촉면이 좁아 날씨가 더워지면서 흘러내리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흘러내림을 방지하기 위해 다리를 타이트하게 구부려 사용하면 귀 뒷부분이 너무 아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중 바로 직전에 새들노즈 타입 코패드를 편하게 사용한 아름다운 기억이 떠올라
과감하게 시도하게 되었네요.
곧 새들 노즈 패드로 변신하게 될 투명 플라스틱 시트 조각입니다.
완벽하게 투명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죠.
계획은 이렇습니다.
우선 금속 코받침을 제거한다.
투명 시트를 다듬어 새들노즈 패드로 만든다.
프레임에 붙인다.
편하게 사용한다.
정말 깔끔한 계획인 것 같지 않습니까?
항상 그랬던 것처럼 본인 안경에 시도하는 작업은 스케치 따위는 없습니다.
대충 만들고 그럴싸한 것 같으면 최선을 다한다.
스타트 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종의 린 방식을 적용해 작업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코받침 제거입니다.
혹시 나중에 사용할지도 모르니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요.) 최대한 얌전하게 제거합니다.
제거할 때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불에 달군 니퍼를 사용해 열을 전달하면서 조심스럽게 빼내면 재 사용이 가능합니다.
대략 다듬은 새들패드 위치를 확인합니다.
정면에서 봤을 때 눈에 띄지 않게 브릿지 뒤로 보내면 좋겠지만
새들노즈로 사용하기엔 높이가 맞지 않아 적당한 위치로 내렸습니다.
가능성이 있어 보여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합니다.
다듬고 광까지 내면 제법 그럴싸한 노우즈패드가 만들어집니다.
거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패드를 완전히 접착하기 전 최종 높이를 확인합니다.
스카치 테이프로 고정한 채 착용해 봅니다. 높이를 조금 수정하고 결정합니다.
전용 접착제를 사용해 안경에 고정시키면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이젠 제대로 달라붙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패드가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투명시트를 사용한 덕분에 착용 시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코 위에 얹은 채로 한참이 지나도 잘 흘러내리지도 않고 무게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며칠 사용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주인 잘못 만나 이리저리 실험대상이 된 아이반 7285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번 글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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