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엣 무테와 바리락스XR로 만든 최강의 누진다초점안경

이번 글은 에실로의 최고 사양인 바리락스 XR 누진다초점렌즈를 사용해

실루엣 무테안경을 제작한 후기이다.

 

실루엣 무테안경은 손님이 요청한 모양으로 변경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프레임이 정해진 일반 안경과 달리 좀 더 세심하게 안경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얼굴형에 맞게 모양을 변경하거나 얼굴 크기에 맞게 사이즈를 변경하거나...

 

하지만 디자인을 변경하면 측정 값에 변화가 생긴다.

일반 안경렌즈는 이런 변수를 반영해 만드는 것도 쉽고 설사 실패한다 해도

비용이 크게 부담되진 않지만

바리락스 XR은 렌즈 가격만 100만 원대 제품이고 매우 예민한 다초점렌즈라

섣불리 손댔다간 크게 당할 수 있어 항상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가급적 눈에 보이는 오리지널 제품으로 판매하고 싶지만

손님의 마음과 전문가의 판단이 항상 일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손님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는 

"그래도 안경사님은 해주실 것 같았어요."이다

 

고객의 요구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상상의 동물이고, 판타지이고,...)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해진 길로 가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경사는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하나의 플라스틱에 불과했던 렌즈를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는 안경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매우 즐겁다.

그리고 그 작업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 큰 기쁨을 느낀다. 변태는 아니다.

 

 

지금 보고 있는 실루엣 무테안경은 상당히 많은 변화가 적용된 상태이다.

오리지널 데모렌즈는 이보다 작고, 납작하고, 타원형에 가까운 형태였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오리지널 디자인

 

손님은 본인이 쓰고 있던 안경 디자인을 상당히 좋아해서 

이번 실루엣 무테안경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그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제작한 디자인이다.

 

 

 

안경 모양을 변경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안경을 착용했을 때 눈동자 높이값(EP)이다.

눈과 눈사이 간격은 안경 모양과 상관없이 항상 동일하지만

안경 착용 시 눈동자 높이는 디자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누진다초점렌즈에서 이 눈동자 높이는 안경의 성능을 좌우하기에

안경 모양 변경 시 매우 신중하게 설계하고 정확하게 작업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안경사가 직접 했던

(그림을 그리고/ 형판을 만들고/ 더미렌즈로 사전 작업하고) 과정을 디지털화시켜

수고로움이 조금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테안경 작업은 까다롭고 모양 변경 작업은 2배는 더 까다롭다.

 

 

그리고 당연히 정확한 수평과 양쪽 렌즈의 기울기등도 세심하게 신경 써서 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손님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사전 피팅 작업을 한다.

다리 길이를 조정하고 안경의 벌어짐을 체크하고 코받침등을 조정한다.

물론 안경을 찾으러 왔을 때 다시 한번 정밀 피팅을 하지만 미리 어느 정도 안경을 맞춰놓으면

고객이 완성된 안경을 처음 착용하는 순간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

 

 

안경은 무사히 출고되었고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다초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평가 기준이 맨 눈이거나 기존에 사용한 싱글렌즈이다 보니 다초점안경 특유의 불편함을

남들보다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바리락스XR 렌즈의 유일한 단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초점 안경을 사용하던 고객은 렌즈를 업그레이드할 경우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그게 하필 세계 최강의 누진다초점렌즈일 경우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다초점안경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