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실제 있었던 6년동안 3번의 누진다초점안경을 맞춘 단골손님이야기 입니다.
논픽션이기 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소 각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안경원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원장님 제가 전에 했던 누진다초점렌즈가 어디거죠?"
누진다초점안경을 맞추면서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금새 알수 있었습니다.
"네, 호야렌즈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제품입니다.안경이 어디 불편하신가요?"
"아,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한 20년쯤 안경사로 일하다 보면 전화내용만 들어도 소비자가 어떤 목적으로
전화를 했는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 다른 곳에서 안경 맞추시나?'
그 후 며칠이 지나 안경원에 찾아오셨습니다.
"상담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에서 어려운 얘기를 꺼내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편한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당연하죠? 안경에 문제가 생겼나요?"
선의로 가득찬 말투에서 용기를 얻었는지 가방안에서 주섬주섬 안경하나를 꺼냅니다.
"죄송하지만 친구가 아는 형님이 안경원 한다고... 싸게 준다고 가서 하나 했는데 영 불편하네요.
제가 했던 안경과 차이가 많이 나나요?"
이런 경우 괘씸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솔직히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좀 더 나은 선택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아주 쿨하게 인정하는 편입니다.
흔쾌히 손님에게 안경을 받아 체크를 합니다.
멀리보는 도수 가까이 보는 도수 조금씩 변화가 있더군요.
"멀리보는 도수는 좀 낮추고 가까이 보는 도수는 좀 더 올라갔네요.
최근들어 근거리가 잘 안보였나봐요? 그리고 렌즈 종류도 다르네요"
"네. 이번에 새로 나온 렌즈인데 괜찮다고 해서 바꿨습니다.
쓰고 있는 안경이 도수가 좀 높다고 낮췄는데 멀리 보는 게 영 불편하네요.
이게, 도수가 바뀌어서 어지러운 걸까요? 제품이 달라져서 불편한 걸까요?
원장님 배신해서 벌 받나봐요. "
'아, 이 얘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인데...'
6년 전 이 분에게 같은 얘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과교정에 조절력도 떨어져 가까운 곳이 더 잘 안보이는거예요.
멀리보는 도수를 조금 낮추고 누진다초점안경을 맞추면 해결 될 겁니다.'
라고 말했던 과거가 생생하게 기억나더군요.
결과는 실패. 결국 원용도수를 그대로 다초점렌즈를 새로 맞춰서 해결했고
안경렌즈를 새로 맞출 때 메모해 둔 이 내용을 꼭 염두해 두고 있습니다.
"손님은 멀리 보는 도수를 낮게 쓰면 불편해 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그리고 돋보기 도수와 렌즈 설계까지 바뀌어서 불편한게 아닌가 싶네요."
매우 중요한 정보를 아낌없이 알려주고
개인 의견이니 참고만 하라는 말과 함께 맞춘 곳에 가서 조치를 받으라는 것으로 상담을 끝냈습니다.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쓰고있는 안경과 도수를 똑같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렌즈도 같은 것으로 해달라고 했어요.
괜히 다르게 했다가 안 맞으면 어쩌나 불안하더라구요.
그런데 여전히 불편하네요. 이유가 뭘까요?"
누진다초점렌즈는 같은 품목이라고 하더라도 안경사의 손길이 닿는 순간
전혀 다른 제품이 됩니다.
시력검사는 물론이고 초점위치 잡는 방법, 렌즈 가공하는 방법, 가공장비의 수준 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하나하나 찾아봐야 합니다.
"전화 상으로는 알 수 없네요. 시간 될 때 방문해 주시면 확인해 볼게요."
많이 불편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했습니다.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요."
새로 맞춘 안경도수가 적혀 있는 사진을 보여 줍니다.
"새로 맞춘 안경도수 적어 온 건데 여기서 맞춘 것하고 같은가요?"
자료를 찾아 봅니다.
도수를 확인합니다.
아쉽게도 차이가 있습니다.
누진다초점렌즈는 측정하는 위치에 따라 도수가 다릅니다.
도수 측정점을 정확하게 찾아서 확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안경 도수부터 오류가 발생했으니 다른 것은 확인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아쉽게도 저희쪽에서 맞춘 안경도수와 다르네요."
다초점렌즈 같은 기능성렌즈를 위한 시력검사 데이터는 맛집의 레시피처럼 중요한 자산입니다.
손님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분이라 차마 알려달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돌렸습니다.
'다시 전화가 온다면 안경도수를 물어 보겠지?
그럼 알려줘야 될까? 고생 할 만큼 했으니 아무래도 그게 낫겠지?
이왕 알려줄 것 매장에 왔을 때 알려줄 걸 그랬나?'
난, 아무 잘못한 것 없는데 괜시리 마음이 무겁더군요.
'안경을 잘 만들어 드린게 죄라면 행복한안경사는 유죄.'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 정말 전화가 왔습니다.
"원장님 정말 죄송하지만 도수 좀 알려주면 안될까요?
여기 안경원에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하네요.
다음부터 꼭 가우디안경 가서 할게요. ㅜㅜ"
손님도 상대방 안경원도 뭔 고생인가 싶어 도수를 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솔직히 궁금했던 점도 하나 있어 잘 되었다 싶더군요.
행복한안경사가 궁금했던 것은 '같은 도수에서 초점위치 측정 기술이 영향을 끼치는가?' 였습니다.
누구보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구축한 시스템으로 안경을 만들고 있는데
다른 안경원들도 신경을 많이 쓰는지 궁금하더군요.
워낙 그런 부분에 민감한 손님이라 충분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뭔가 불편하다고 전화가 오면 그 동안 노력한 부분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고.
전화 없이 그대로 마무리 되면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어설픈 결과를 정해 놓고 기다렸습니다.
과연 다시 전화가 왔을까요?
가우디 안경원이 누진다초점렌즈 가격에 왜 당당한지 길게 적어봤네요.
그렇다고 해서 가우디안경원이 제 가격을 받고 파는 것도 아니예요.
제품에 따라 20~30% 할인하고 있는데 '너죽나살' 하는 염가판매 안경원들이 많이 늘어나
별 티가 나지 않을 뿐입니다.
가격차이는 제대로 된 안경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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