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거절한 구형 펜디 선글라스도수넣기 작업후기

누진다초점 안경을 맞춘 손님이 사용하던 선글라스가 있는데 

도수용 렌즈로 교체가 가능한지 물어보더군요.

제품을 봐야 확실한 답을 줄 수 있으니 다음번 방문 때 갖고 오라 말을 했습니다.

누진다초점 안경을 찾으러 온 날  선글라스를 갖고 왔습니다.

브랜드는 펜디. 10 여 년 전에 맞춘 것인데 선글라스도수넣기를 하지 않았더니 최근 들어 잘 안 보인다고 합니다.

제품을 보아하니 여간 내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오래된 금속 테는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기 때문에

거절 했습니다.

"이건 좀 어렵겠는데요, 테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고 만들기도 어려워 

작업이 힘들 것 같아요."

손님은 끝내 아쉬움이 남았나 봅니다..

"하~ 아쉽네, 눈이 나빠져서 그대로 쓸 수도 없고,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그럼 혹여 만들다 '테가 부러지거나 했을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작업해 볼까요"

너무나 아쉬워 하길래 마음이 약해져 제작을 의뢰 받게 되었습니다.

선글라스 도수넣기를 할 경우 견본과 동일한 색상을 위해

기존에 있던 렌즈를 안경렌즈 회사로 보내게 됩니다.

장착되어 있던 렌즈를 선글라스에서 분리하는 순간,

사용되는 부속이 견본 렌즈에 딱 맞게 제작된 제품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이게 뭔 소리냐 하면

일반 무테 안경은 소비자의 안경 도수와 렌즈 두께를 고려해

볼트 길이가 여유 있게 제작 되고 교체가 가능한 제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의 선글라스는 견본렌즈 두께에 맞게 제작된 일체 형 제품이라

주문한 도수용 렌즈가 조금이라도 두꺼울 경우 제작이 불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주문해서 나온 렌즈의 정확한 두께를 알면 좋겠지만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손님에게 전화를 해서 위의 내용을 설명을 합니다.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난 후 더 이상 안되겠던 지 며칠 후 그냥 찾으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선글라스를 찾으러 왔습니다.

다행히 새로 맞춘 다초점안경이 결과가 좋아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라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다시 한번 선글라스를 부탁하더군요.

"아, 정말 안돼요?"

"주문해서 렌즈가 두껍게 나오면 렌즈 가격 그대로 날려 버리기 때문에 피해가 클 거예요."

"그럼, 만약 안되면 돈 조금만 받고, 만들어 지면 더 받으면 되겠네.

어차피 못쓸 생각이었으니 그냥 한번 진행해봐요." 

그렇게 세 번 거절한 후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삼국지도 아니고 안경을 위해 삼고초려를 받을 줄이야...

손님의 간절한 바램이 통했는지 렌즈 두께는 작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나왔고

무테안경 제작에 들어갑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브릿지 연결 입니다.

 무테 완성도의 80%를 책임진다고 봐야 합니다.

단순히 나사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높낮이, 기울어짐, 커브 등을 정확하게 맞춰야 다음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커브가 심한 제품인 경우 도수용렌즈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용하는 안경 공구 입니다. 사용 방법이 궁금하다구요?

브릿지 사이에 공구를 집어넣고 꾸욱~ 집어주면 원하는 커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커브로 변형된 모습

손님에게 작업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이유가 위 사진에 등장하는 펜디 로고 때문입니다.

렌즈가 조금만 더 두꺼워졌어도 결합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한 고비 두 고비 넘어가던 중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나게 됩니다.
"다리의 벌어짐" 

견본 렌즈에 비해 커브가 부족하다 보니 다리 결합 시 확 벌어지더군요.

이런 경우 안경 다리에 힘을 강하게 줘서 밸런스를 맞춰줘야 합니다.

잘못하면 테가 '뚝'하고 부러지기도 합니다.  

휴, 별일 없이 작업이 마무리 되었나 싶었지만 다리 부분의 굴곡이 양쪽이 좀 다릅니다.
오른쪽 다리는 일자로 쭈욱 뻗은 반면 왼쪽 다리는 살짝 휘어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착용 감을 위해 굴곡을 준 것입니다.
오른쪽 다리도 왼쪽에 맞게 피팅을 합니다.   

모양이 요상하지요?

행복한 안경사의 손가락은 피팅에 최적화 되어 있는 특수 손가락입니다.ㅎㅎ

믿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예전 글 하나를 링크 걸어 봅니다.

관련글 : [베스트 토픽/재미난 토픽] - 스타킹에 한번 나가 볼까요??

안경가루가 손가락 위에 쌓여있네요. 

열심히 작업한 티를 내기 위해 털어내지 않고 사진을 찍은 덕분입니다. 

험난했던 펜디 선글라스 작업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