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했다 실패한 고도근시 누진다초점안경

2017년에 방문했으니 5년 정도 되었네요.

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손님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더군요.

-10 디옵터가 넘어가는 고도근시였는데 다른 안경원에서 맞춘 안경이 맘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안경을 갖고 가우디 안경원에 방문했습니다.

 

손님이 원한 것은 자신의 안경렌즈를 살려 다른 테에 옮기는 거였어요.

고도근시 안경은 늘 그렇듯 보통 안경에 비해 사이즈가 작아요.

살릴 수 있는 안경테를 찾는 것도 어려운데 더 난이도가 높은 것은 초점 위치까지 맞추는 거예요.

이건 드넓은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고 가다 폭 1미터도 안되는 절벽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해요.

한번 실수하면 안경렌즈도 못쓰고 안경테도 못팔게 되는 위험이 따르는 작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몇몇 안경원에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나 봐요.

겨우 수소문해 가우디안경원을 찾아왔습니다.

 

우리 가우디 안경원에서도 이런 경우 작업을 못 해 드릴 수도 있어요.

손님이 맘에 드는 안경테가 있어야 하고 사이즈가 맞아야 하고 초점 위치도 맞출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확률이 낮거든요.

 

근데 천만다행으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안경을 찾아 처음 맞춘 안경보다 더 예쁘게 작업이

마무리됐고 손님은 엄청 만족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5년 동안 잘 쓴 그 안경을 교체하기 위해 또다시 가우디 안경원을 찾아온 거예요.

 

이런 고객님이 오면 라포가 이미 형성된 상태라 매우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됩니다.

손님이 필요로 하는 안경을 잘 맞춰주기만 하면 성공은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손님에게 추천한 것은 고도근시에 매우 적합한 가메만넨 KMN73 08 안경테입니다.

45사이즈에 내부 이너림이 있어 렌즈 두께도 어느 정도 보완해 주는 예쁜 안경테입니다.

안경은 항상 그렇듯 깔끔하게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전에 안경보다 훨씬 더 만족하겠군.'

혼자 흐뭇해하면 손님이 찾으러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며칠 후 손님이 찾으러 왔고 기쁜 마음으로 안경을 전해드리는데

착용하는 손님 표정이 편안해 보이지 않네요.

'다초점 안경이 처음이라 어색한가?'

"다초점 안경이 처음이라 보이는 게 좀 어색하시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라는 말로 안심시키는데 손님은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안경사님. 전에 썼던 안경에 비해 눈이 더 나빠 보이는 것 같아요.

파워링이라고 하나? 그게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손님은 5년 전 제가 맞춰드린 안경보다 주변이 더 뱅뱅 돌아 보인다고 표현했고

아쉽게도(?) 제가 봐도 실제 그렇게 보이더군요.

손님은 보이는 것(시력)도 중요하지만 외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었는데

자신감에 도취되어 미처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실수가 발생한 겁니다.

 

파워링이 더 심해진 이유 파악하기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가공한 기계도 동일하고 렌즈도 같은 회사 제품인데 왜 이렇게 보이는 거지?

 

확실한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어떻게 접근하냐에 따라 정답 근처도 못 가고 끝내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접근하는 방법은 손님이 만족한 안경과 새로 작업한 안경의 차이를 찾는 것입니다.

기존 안경은 뿔테였고, 테 안쪽 색상이 밝았고 , 코받침이 매우 낮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맞춘 안경은 프레임이 얇았고, 프레임 안쪽이 어두웠고, 코받침이 제법 높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이것은 밝히지 않겠습니다.(영업비밀)

 

이 차이를 고려해 적당한 안경테를 다시 찾기 시작했고

결국 가메만넨 KMN134모델을 최종 적임자로 낙찰하게 되었습니다.

 

KMN134는 가메만넨 안경의 모든 장점을 한 곳에 모아둔 안경입니다.

44ㅁ24 사이즈로 고도 근시에 적합한 크기

렌즈 무게를 고려한 전체적인 밸런스

가메만넨 시그니쳐 코받침까지 고도근시 안경에 최적화된 안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시 테스트하기

 

원인이라고 생각한 것은 추측일 뿐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안경원에 보관하고 있던 사용하지 못하는 고도수 렌즈를 이용해 테스트합니다.

손님을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교체하기로 한 새 안경테에 작업합니다.

가공이 마무리되어 가면서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무리가 되고 나니 예상했던 정답이 확답으로 바뀌었습니다.

손님도 흔쾌히 이 정도면 괜찮다는 답변을 했고 렌즈는 새로 가공하기로 하고

다시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완성된 고도근시 누진다초점 안경

 

사용된 렌즈는 호야의 라이프 스타일 3 누진다초점렌즈입니다.

라이프 스타일3는 고객의 생활 패턴에 맞게 아웃도어/ 어반 / 인도어 3가지 타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웃도어는 말 그대로 야외활동이 많은 분들에게 특화된 설계로 멀리 보는 영역이 넓고

인도어는 근거리 영역에 특화되어 있고

어반은 밸런스 타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색 십자선은 고객의 눈동자 위치를

파란색 십자선은 안경테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고도 근시 안경에서는 저 두 개의 십자선이 가까울수록 렌즈 두께가 얇아집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흰색 십자선이 귀 쪽 방향으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이유는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해 보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행복한안경사의 베스트 포스팅 중 하나인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eyewear.tistory.com/56

전문가가 이용하는 어울리는 안경테 고르는 방법

 

 

 

 

-10디옵터가 훌쩍 넘어가는 도수에도 불구하고 안경렌즈는 꽤 슬림하게 나왔습니다.

안경 사이즈와 렌즈 굴절률 그리고 안경사가 합작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의 이해도 한몫했습니다.

 

 

 

손님은 눈매가 살짝 들어가 있는 편이라 안경렌즈를 눈에 가까워지도록 가공했습니다.

고도근시에서는 렌즈 두께를 어떻게 배분하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나를 봤을 때 눈 크기가 달라 보이게 됩니다.

당연히 가까울수록 눈은 더 크게 보입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