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받침 의뢰했다가 횡재한 고객이야기

행복한안경사의 취미활동 중 하나가 뿔테안경에 코받침 작업하는 것입니다.

추측건데 전국 안경사 중에서 코받침을 가장 많이 작업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안경이 의뢰가 들어옵니다.

안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착용자의 이미지가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심지어 성격까지도 대충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의뢰가 들어온 젠틀몬스터 밀란 안경입니다.

작업 전 나중에 있을지도 모를 클레임에 대처하기 위해 안경을 꼼꼼히 살핀 후 

사진을 남겨 둡니다.

행복한안경사의 직감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챕니다.

 

안경렌즈를 보니 누진다초점렌즈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좌우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밀란 안경은 동그란 모양이라 어지간히 틀어지지 않는 이상 어색한 점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육안으로 감지될 정도면 렌즈 작업이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애당초 잘못된 것인지 사용 중 변형이 온건지 판단해야 합니다.

 

일반 안경렌즈는 착용자가 없는 상태에서 안경만 보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진다초점렌즈를 숨김 마크가 있어 안경만 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다초점렌즈의 숨김 마크를 찾아 표시합니다.

피팅 보드에 올려놓고 안경의 수평을 맞춥니다.

가이드라인을 이용해  숨김 마크 표시점 상태를 확인합니다.

 

아, 저런!!

안경이 상당히 틀어져 있습니다. 

다초점 안경이 이 정도 틀어져 있다면 일상에서 꽤 불편했을 텐데

코받침 작업 의뢰 시 별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시각적으로 상당히 무딘 분이 아닌가 추측이 됩니다.

어쩌면 시각적 불편함을 코받침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맡겨 주셨을 수도 있겠네요. 

온라인으로 접수받은 안경이라 다양한 추측을 하면서 다음 작업으로 진행합니다.

 

코받침 작업은 마무리되었고

이젠 안경렌즈를 제대로 끼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잘못 끼워진 렌즈를 빼내 숨김 마크를 표시한 후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 조립합니다.

몇 번의 조정을 거치고 나면 원하는 대로 작업이 마무리됩니다.

 

비록 이 손님은 안경 코받침 작업에 대한 비용만 지불했지만

행복한안경사의 세심함 덕분에 고급 사양의 누진다초점렌즈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횡재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생색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탓에 정작 고객에겐 아무 말 못 하고

블로그에만 생색내고 있네요. ㅎㅎ

 

아마 손님은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 거예요.

 

'아, 그동안 다초점안경이 불편했던 이유가 코받침이 없어서였구나.

코받침을 다니 완전 다른 안경이 되었네'라고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편하게 잘 이용하신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