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픕니다.
학생들에게 5만원이라는 돈이 적지 않은 금액일텐데
한 순간의 선택이 결국 이 돈을 종이조가리로 만들어 버린 사연이 있습니다.
서강대생? 아님 서강대생을 친구로 둔 학생?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한달도 더 지난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어찌됐든 손님은 꼭 가우디안경원에서 안경을 맞추고 싶어 했습니다.
도수가 높은 편이라 안경렌즈 가공을 기가막히게 한다는 누군가의 추천으로
저희 안경원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장벽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알아본 렌즈 가격과 가우안경원의 렌즈 가격이 차이가 제법 컸었나 봅니다.
결국 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생각해 본 후 다시 방문한다 하고 떠났습니다.
안경렌즈는 재료에 불과합니다.
이 재료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쉐프가 만드는 요리와 전자렌지에서 잠깐 돌렸다 꺼낸 음식의 차이와 같습니다.
가우디 안경원은 최선을 다해 안경을 만들고 그에 적합한 비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가의 안경체인과 가격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그 손님이 다시 방문했습니다.
그 동안 엄청난 일을 경험했고 더 이상 해결책이 없어 결국 우리안경원으로 다시 왔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옵니다.
구구절절 긴 이야기라 간단하게 요약하겠습니다.
1. 홍대에 놀러간 김에 저가 안경체인으로 유명한 그곳에 갔다고 합니다.
2. 가우디안경원에서 제시한 금액이면 더 높은 사양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냉큼 질렀다고 합니다.
3. 새로 맞춘 안경이 너무 불편해 결국 원래 썼던 사양의 제품으로 교환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가우디안경원에서 제시한 금액과 동일한 비용 지불)
4. 하지만 새로 교환받은 제품도 도저히 적응이 불가능해 몇 번 방문했지만 해결을 못하고
결국 우리 안경원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제부터 가우디안경원에 방문한 이후 이야기입니다.
손님에게 안경을 전해 받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뭐야? 설마? 이대로 안경을 내준건가?'
보통 안경렌즈는 코쪽 보다 귀쪽이 더 두껍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쓰고 온 안경은 한 쪽은 코쪽이 한 쪽은 귀쪽이 두껍습니다.
이렇게 안경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외사위가 있어 프리즘 처방일 경우 이렇게 만들기도 하지만
손님은 외사위도 없고 프리즘 렌즈도 아닙니다.
명백히 잘못 만든 안경입니다.
오른쪽은 제대로 만들었고 왼쪽은 6mm 정도 허용오차를 한참 벗어난 상태입니다.
이런 안경을 쓰니 머리도 아프고 눈도 시리고 구토와 멀미도...암튼 고생하셨습니다.
안경을 만들다 보면 간혹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한 게 문제가 아니라 실수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에 심각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안경사라면 눈으로만 봐도 뭔가 잘못 됐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실수입니다.
발견 못한 게 신기할 뿐입니다.
어지간하면 다른 안경원에서 만든 제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는데 이건 어쩔 수 없더군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잘못 만든 안경입니다. 제가 말한 내용 전해 주시면 그쪽 안경원에서 해결해 줄 거예요."
손님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 맞추기 위해 저에게 다시 왔지만
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하게 할 수는 없어서 가장 좋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제가 가우디안경원 배신해서 벌 받았나봐요. 그냥 사장님이 새로 해주세요."
그 곳 안경원과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손님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저희쪽에서 새로 맞추기를 원했습니다.
얘기를 더 끌고가는 것은 손님이 원할 것 같지 않더군요.
처음에 안내해 드렸던 금액에서 조금 더 할인해 드리기로 하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우리마저 실수하면 대한민국 안경사의 위상이 땅바닥에 추락한다는 마음으로 엄청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안경을 착용하기 전 손님이 불안해 합니다.
"이것도 불편하면 어떡하죠?"
"걱정하지 마세요. 이상한 게 이상한 것입니다.
도수 차이도 거의 없어 이상하지 않는게 당연한 것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 쓰고 갔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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