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하게 봤다 날벼락 맞은 오클리 무테안경 작업 후기.
오클리 무테안경을 의뢰받았습니다.
안경사 경력 25년이 넘으면 처음 보는 제품이라 해도
작업 난이도에 대한 별점이 즉각 나오는 편입니다.
얘는 그냥 좀 평범하네 : "★"
얘는 속 좀 썩이겠는걸 : "★ ★ ★ ★ ★"
일단 무테안경은 별 3개부터 시작합니다.
#오클리 무테안경 의뢰받다.
가우디안경원에는 무테 가공에 최적화되어 있는 Mr.Blue 2.0 Sun& Sports라는
세계 최강의 안경 가공장비가 있습니다.
수작업으로 가공할 땐 별 5개의 어려운 작업도 별 3개 정도로 낮춰주는 믿음직한 일꾼입니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오클리 무테안경을 의뢰받으면서 손님에게 말했습니다.
"이건 일반 무테안경 작업과 차원이 다른 어려운 작업이다."라고...
물론 가우디안경원에는 무테 전용 장비가 있어 난이도가 확 낮아지지만
굳이 그런 얘기를 손님에게 할 필요가 없어 이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난이도가 더 높다고 해서 비용을 더 받지는 않습니다.
그냥 일종의 "생색" 정도로 귀엽게 봐주세요.
암튼 상당히 난이도가 높지만 높지 않은(??) 무테안경을 의뢰받고 작업을 진행합니다.
# 날벼락 맞은 행복한안경사
오클리 무테안경이 작업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2중 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무테안경은 볼트가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의 간격이 동일합니다.
쉽게 말해 볼트 규격에 맞는 구멍만 정확한 위치에 뚫으면 끝입니다.
오클리 무테안경은 볼트의 헤드가 렌즈를 파고드는 타입입니다.
볼트와 헤드 크기에 맞는 두 개의 구멍이 필요합니다.
그림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 작업을 수작업으로 할 경우 안경사는 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먼저 볼트용 1.5mm 정도의 구멍을 뚫은 다음
간격을 잘 맞춰 4mm 너비의 구멍을 적당한 깊이까지 내야 하는데 마땅한 도구가 없습니다.
4mm 기리가 있다 해도 첫 번째 1.5mm 구멍을 기준으로 균일한 간격으로 작업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다행히 미스터 블루는 2중 홀 작업이 가능합니다...................
가능합니....
가능합...
가능 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ㅠㅠ
내가 필요한 것은 안경 후면의 2중 구멍이지만
미스터 블루는 전면 2중 홀 작업만 가능합니다.
이 엄청난 사실을 작업을 코 앞에 두고 알게 됩니다.
'아... 이런...xxx'
# 솟아날 구멍 만들기
잠시 고민합니다.
'업체에 보낼까?'
'그냥 안된다고 할까?'
' 4mm 정도 너비의 구멍을 얕게 팔 수 있는 비트만 있으면 어찌 됐든 만들 수 있을 텐데....'
'비트만 있으면?? 오잉? 그럼 비트를 직접 만들어 볼까??'
직경 8mm 정도의 얇은 절삭용 비트에 무테용 볼트를 용접합니다.
볼트의 헤드 부분은 과감하게 제거합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직경 4mm 정도의 구멍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밸런스를 잘 맞춰 갈아냅니다.
짜잔!!
직경에 맞게 갈아내고 미세하게 톱니 모양으로 홈선을 내주면 제가 원했던 비트날이 완성됩니다.
전동 드릴에 끼워 보니 요런 모양이 되네요.
테스트해 볼까요?
대박!! 볼트가 첫 번째 구멍의 기준을 잡아주고
4mm 정도의 톱니가 제가 원했던 두 번째 구멍을 깔끔하게 만들어 주네요.
하하하!!! 이젠 오클리 무테안경 작업이 두렵지 않게 되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공구 제작비용도 추가로 받았어야.... 아... 아닙니다.
# 완성사진
결론!
오클리 무테 안경은 정말 만들기 어려운 안경이다!!
가공비 더 받을걸!!
그래도 모처럼만에 손기술을 발휘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가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