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영업시간이 끝나갈 무렵 낯익은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내가 여기서 얼마 전에 누진다초점 안경을 하나 했는데, 하나 더 해줘."
살짝 혀가 꼬부라진 것을 보아하니 거 하게 한잔 하셨나 봅니다.
나이가 좀 있는 분이라 반말 정도는 게의 치 않고 응대해 드렸습니다.
"네. 2월 달에 맞춘 기록이 있네요. 같은 것으로 해 드릴까요?"
"얼만데?"
"전에 할인해서 20만원에 하셨네요."
"비싸! 싼 것 없어? 내가 쓰던 테가 있는데 여기다 해줘.
작업할 때만 쓸 테니 비싼 것 필요 없고 싼 것 해줘."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좋은 것 쓰다 저렴한 것 쓰면
왜곡도 심하고 보이는 영역도 좁아져서 불편합니다.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기존에 쓰던 것과 같은 것으로 이용하세요."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춰 만류했지만 이미 손님은 막무가내입니다.
"나, 10만원 밖에 없으니 거기에 맞춰서 해줘."
그냥 보내려고 했으나 쉽지 않더군요.
"그럼, 그 가격에 나오는 제품이 있으니 맞춰서 해드릴게요.
대신 좀 불편할 수 있다고 말씀 드린 것 꼭 기억해 주세요."
며칠 후 안경을 찾으러 왔고 별 말 없이 잘 찾아 갔습니다.
'좀 불편할 텐데 잘 쓰고 가시네.'
약간의 의구심이 갔지만 잘 쓰면 다행이란 생각에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며칠 후 한참 바쁜 주말 저녁,
그 손님이 다시 방문했습니다.
"이거 해 준 사람 누구야?"
그 날처럼 술에 취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안경을 맞춰준 사람을 찾습니다.
"어디 불편하세요.?"
"내가 일할 때 쓸려고 하는데 사물이 둥글게 보이고 주변이 왜 이렇게 휘어져 보여?"
예상했던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때 말씀 드렸던 것처럼 가격에 따라 품질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 이것 못 써. 전에 쓰던 것처럼 어지럽지 않은 것으로 해줘."
렌즈 회사에 따라 차액금만 지불하면 불편한 새 렌즈는 반품하고 다른 렌즈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애당초 그럴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판매를 해서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 네, 그럼 차액금만 받고 기존에 쓰던 것으로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돈을 왜 더 내야 하는데."
'웽? 이건 또 뭔 소리다냐?'
"돈을 새로 받는 게 아니라 불편한 제품을 회수하고
차액금만 더 받고 기존과 같은 것으로 교체해 드릴게요."
혹시 손님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다시 말했습니다.
"나 돈 더 못 줘. 그냥 불편하지 않게 만 해줘."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기존 제품과 동일한 제품으로 하는 방법 밖에 없고
차액금을 더 주셔야 됩니다."
하지만 술에 이성이 점령 당한 손님에게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나 봅니다.
계속해서 그냥 해 달라고 생떼를 씁니다.
해야 될 일은 많고 일은 진척이 안되고....
마지막 카드를 꺼냅니다.
"그럼 제가 절반 환불 해 줄 테니
그 돈 갖고 술을 더 드시든 다른 곳에 가서 렌즈를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결국 그렇게 해결 했습니다.
누가 잘 못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소비자는 더 저렴한 렌즈가 불편할 것이란 생각을 못했고
저는 여러 해결책이 있으니 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손님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5 만원이란 돈을 공중에 날렸고
저는 제품 판매로 인한 수익도 없이 기존 손님을 잃었습니다.
그 와중에 얻은 게 있다면
누진다초점렌즈는 업그레이드는 가능해도 다운그레이드는 하면 안된다는 것과
술 취한 사람은 상대하지 말아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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